<< Index | Next >> |
엿보기 35도를 오르내리는 복더위 한낮 아파트 앞동
7층 거실 마루에 슈미즈바람의 젊은 여인네가 두 다리를 뻗고 퍼질러 앉아서 수박을 통째 숟갈로 파먹고 있다. 뒤채
11층 베란다 망사창에서 흰 수염을 한 늙은이가 이를 바라보면서 군침을 삼킨다. 한참만에 먹기를 끝낸 여인네가 이번에는 한 손으로 슈미즈자락을 쳐들고 한 손으로 아랫도리에 부채질을 한다. 이를 바라보던 뒤채 늙은이는 눈을 한번 꼭 감았다 뜨고는 들었던 부채를 소리나게 부치며 돌아서 방으로 들어서니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의 조상(彫傷)이 깔깔댄다. 이윽고 베란다에 또다시 나선 늙은이 눈에 비친 앞에 풍경은 옷을 바꿔 입은 여인네가 무릎을 꿇고 어떤 사내와 단정히 마주 앉아 있다. 실망한 듯 돌아서는 뒤채 늙은이는 ㅡ 여자들은 카멜레온이야. 하고 중얼거리며 도로 방으로 들자 두 스님이 더욱 깔깔 낄낄댄다. |
Stolen
glances
A midsummer day at noon
Behind a mesh-window
After a while, having finished eating,
The old man on the veranda, seeing this,
A little later, when the old man returns to the
veranda,
Turning as if disappointed, the old man of the veranda
Note: Han-shan and Shih-te: two Chinese Zen monks of the 7th century Tang Dynasty. Famous 'monastery fools,' they are traditionally shown in fits of uncontrolled laugh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