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일러스(Troilus)와 크리세이드(Criseyde)의 두려움의 이중성

 

 

 

 

이 연 희

 

 

 

 

 

I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Troilus and Criseyde)에서 두려움은 두 주인공들의 성격을 설명하는 하나의 원인으로서 거의 모든 행동에 결정적인 동기가 된다. 이 시의 시작부분에서 크리세이드가 아버지 칼챠스의 배신으로 트로이인들의 격렬한 분노 속에 혼자 남겨졌으며,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언급은 크리세이드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과 두려움의 원인 등을 제공한다(I. 89-91, 95-98). 「기사의 이야기」(The Knight's Tale)에서 테베의 여인들처럼  슬픔과 두려움 (“for sorwe and fere", I. 108)으로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인 크리세이드는 생명의 안전과 명예(”th’honour")를 보장받기 위해서 트로이의 최고 실력자인 헥터에게 눈물로 탄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그녀의 두려움은 나름대로 정당화되어지고 특별한 근거를 가진다.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은 생존 자체에 대한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그녀의 성격으로 주목되고 있는 변덕스러운 성격(”slydynge of corage") 혹은 현실적인 계산성을 지적하기 전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  두려움으로 인한 그녀의 소심하면서도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성격은 여성이 복종적인 집단인 사회적 현실에서 진정한 양상이며, 그녀의 고독감은 그녀가 직면한 특별한 위기와 좀더 상처받기 쉬운 여성의 지위와 그 위태로움에 대한 주관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 두려움과 외로움은 전체 시를 통해서 그녀의 정신적 상태를 묘사할 때 반복 강조되면서 그녀의 성격을 충분히 구체화하며, 중요한 고비에서 매번 그녀의 선택의 중요한 동기가 된다.

두려움은 크리세이드뿐만 아니라 트로일러스의 행동과 심리에도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트로일러스의 두려움은 크리세이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성격과 행동을 해석하는 하나의 동기로서 이해된다. 그러나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은 그녀의 생존 자체에 대한 것으로 그녀의 거의 모든 행동과 심리가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반면, 트로일러스의 두려움은 주로 초서 당대의 연애시의 주인공답게 그의 시야에 들어와 사랑하게 된 여인 크리세이드를 향한 것이며,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그의 침실로 들어가 오로지 운명의 여신을 원망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며, 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중재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두려움은 크리세이드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며, 적극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자극하기보다는, 그를 무능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데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본고는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두 주인공의 성격에 주어진 두려움이 이들의 성격과 행동에서 구현되는 방식을 고찰함으로서, 이 시의 이야기 속에서 그것의 심리적 역할과 결과를 고찰할 것이다.

II

 

시의 첫 부분에서 트로일러스는 사랑의 고통에 허우적대는 연인들을 경멸하는 자만심에 가득 찬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사랑을 모멸한 대가로 사랑의 신의 복수의 화살에 맞은 그는 팰러디온(Palladion)의 신전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크리세이드를 본 순간 너무도 큰 욕망과 애정 (“so gret desir and such affection”, I. 296)에 휩싸이게 된다. 여기서 트로일러스의 두려움은 누설에 대한  것이다. 즉 사랑의 감정을 깨달은 순간 그는 그 동안 사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경멸했던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동시에 그들에게 그의 감정을 들키어 조롱받을 것을 염려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공개할 용기도, 그가 사랑하게 된 여인에게 그의 감정을 알릴 용기도 없다(I. 526-32). 죽음만이 그의 두려움과 욕망의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여인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나를 구해주소서. 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나 자신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겠오.

 

O mercy, dere herte, and help me from

The deth, for I, whil that my lyf may laste,

More than myself wol love yow to my laste;  (I. 535-37)

 

이것은 중세 궁정의 연애시에 등장하는 연인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중의 하나이다.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하고 공적으로는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판다루스가 그를 돕겠다고 나서기 전까지 그의 행동은 주로 침실로 숨어들어 혼자서 한숨지으며, 제뉴어리(January)처럼 자신의 마음의 거울(“a mirror of his mind”, I. 365) 속에 크리세이드를 떠올리며, 운명의 여신을 원망할 뿐이다.

 

나 이제 행운의 여신이 나의 적임을 알겠다.

이 세상을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잔인함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네.

그녀는 자유와 구속을 제 마음대로 갖고 논다.

 

For wel fynde I that Fortune is my fo;

Ne al the men that riden konne or go

May of hire cruel while the harm withstonde;

For as hire list she pleyeth with free and bonde. (I. 837-840)

 

이것은 트로일러스의 무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문이다. 처음부터 그는 인간이란 운명의 여신의 잔인한 수레바퀴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와 맞서 대응하기를 포기하고 있다. 운명의 여신에 대한 이러한 복종의식은 전반적으로 시를 통해서 빈번하게 보여지며, 장차 예정설에 대한 그의 토론에서 잘 표현된다. 그러나 적어도 이 시에서 용감한 기사이며, 헥터 다음가는 권력을 가진 왕의 아들로서 구현되는 동시에 훌륭한 도덕적 품성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는 그에게서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행동은 전혀 아니다.

이 시의 시작부분에서 그 원인과 배경이 설정된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은 Book II에서 판다루스와 그녀의 대화, 그리고 그녀의 명상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며, 두려움에 가득 차있다고 설명되는 그녀의 성격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그리스인들이 너무 두려워 죽을 것 같다는(“I am of Grekes so fered that I deye”, II 124) 그녀의 말에서 독자는 전쟁과 그리스인에 대한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판다루스가 크리세이드에게 상복을 벗어버리고 춤이나 추자고 제의하자, 그녀는 깜짝 놀라며 동굴에 앉아 성인전이나 읽어야할 과부에게 그런 제안을 해서 자신을 두렵게 한다고 그를 나무라고 있다.

 

그녀는 말했다, “세상에, 당신 미쳤어요?

그것이 신이 당신에게 명한 과부의 생활인가요?

정말 당신은 나를 너무 두렵게 해요.

당신은 너무 거칠고, 헛소리하는 것 같아요.

나에겐 동굴 속에서 기도하며,

성인전을 읽은 것이 더 어울린답니다.

춤은 젊은 숙녀나 부인들이 추라지요.

 

"I! God forbede" quod she, "Be ye mad?

Is that a widewes lif, so God yow save?

By God, ye maken me ryght soore adrad!

Ye ben so wylde, it semeth as ye rave.

It satte me wel bet ay in a cave

To bidde and rede on holy seyntes lyves;

Lat maydens gon to daunce, and yonge wyves."  (II. 113-119).

 

여기서 독자는 그녀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잘 깨닫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그녀는 배신자의 딸이자 의지할 곳 없이 혼자인 과부로서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세상이 가하는 강압적인 통념에 대한 상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식은 바깥 세상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의 산물이며, 그녀 나름대로 그러한 세상에 순응하고 생존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세상의 위험에 대하여 과부의 입장을 내세워, 세상의 통념에 자의적으로 복종하는 형식을 띠고 있으며, 이것은 그녀의 두려움에 근거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1) 단지 그녀에게 당면한 위험을 사회적으로 극복하는 합법적이고 장식적인 방어책일 뿐이다.

판다루스가 크리세이드에게 트로이의 왕자인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받아들이도록 종용할 때, 그녀의 두려움은 판다루스가 그의 목적을 성취시키는 중요한 도구로서 이용된다. 판다루스는 그녀에 대한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그녀의 사랑을 얻도록 하기 위해, 그녀의 두려움을 섬세하게 조장하며, 자신의 목적에 부합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II. 267-315). 우선 그는 크리세이드가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트로일러스 뿐만 아니라 판다루스 자신의 목숨까지도 잃을 것이라(II. 319-29)고 말하면서,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두려움을 준다. 이에 대하여 크리세이드는 다시 한번 사회적 통념을 이유로 들면서 그녀를 두렵고 혼란하게 한다고 원망한다.

 

,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가장 가까운 친구로 생각했던 사람이

나에게 사랑을 강요하다니, 그것이 나를 보호해줄까?

 

Allas, what sholden straunge to me doon,

What he that for my beste frend I wende

Ret me to love, and sholde it me defende?  (II. 411-13)

 

             오 나의 여인, 팰러스 여신이여!

나의 불안한 이 처지를 굽어살펴 주소서,

전 너무 두려워 죽을 것 같나이다.

                 

                    O lady myn, Pallas!

Thow in this dredful cas for me purveye,

For so astoned am I that I deye.   (II425-427).

 

그녀는 트로이에 남아있는 유일한 혈육이며 친구인(‘beste frend')인 판다루스가 사회의 규범에 어긋나는 사랑을 권유한다고 나무라고 있다. 이것은 분명 사회에서 그녀에게 강요하는 삶에 대한 상식이고 규범이며, 그녀는 그것에 순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신분과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어, 바스 부인의 배짱을 갖지 못한 크리세이드에게 유일한 수단은 기존 지배층의 반감을 사지 않고,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지 않는 것일 것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그녀는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누구를 의지할지 불안하기만 하다("This false world―allas!―who may it leve?"  II. 420).

이들의 대화에서 독자는 크리세이드가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인 연약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상상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것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를 좋아하기 시작하는 보카치오의 여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마지못해 판다루스의 뜻을 받아들일 때에도 크리세이드는 겁을 먹고 소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판다루스는 두 사람의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크리세이드의 비정함을 비난하고, 다시는 그녀의 집에 오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해서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을 자극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첫 번째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판다루스는 그녀의 심리적인 두려움을 이용한다(II.1464-84). 자신의 신분과 재산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판다루스의 말을 그대로 믿은 크리세이드는 그가 명령하는 대로 다시 헥터를 비롯한 왕실 가족의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트로일러스는 데이피버스(Deiphebus)의 집에서 그녀를 만나 직접 그의 사랑을 털어놓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크리세이드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정신적 압박을 가하기에 충분한 효과를 가지며, 판다루스는 자기의 목적을 성공시키는 데에 그녀의 소심하고 겁많은 성격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이렇듯 설화자는 지속적으로 상처받기 쉽고 순진하며 순종적으로 판다루스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크리세이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정 반대의 다른 모습을 병행시켜 보여줌으로써, 크리세이드에 대한 독자의 판단에 혼동을 야기하며 그녀의 성격에 대한 현실성과 복잡성을 더해준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설화자는 판다루스의 요구에 대한 크리세이드의 생각을 보여줌으써, 크리세이드가 사실은 판다루스와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는 그녀가 내면적으로는 판다루스의 의중을 이미 짐작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크리세이드는,

“나는 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Criseyde, which that herde hym in this wise,

Thoughte, "I shal felen what he meneth, ywis."(II. 387-8)

 

적어도 그녀는 판다루스가 생각하듯이 아무 것도 모르고 그의 말대로 행동하고 있지는 않다. 그녀는 두 사람의 목숨을 갖고서 영리하게 놀기로(“to pleie") 작정한다(II. 456-62). 이어서 그녀는 판다루스의 요구가 그녀에게 미치는 손익을 계산하며, 그녀에게 손해를 덜 끼치는 방책을 찾고 있다. 즉 판다루스의 강압적인 요구는  자신의 이름(“good name")을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혹은 판다루스가 목숨을 잃거나 중 한가지를 선택하는 것이라 규정하고, 두 가지 중에서 경미한 불행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II. 463-73). 그러나 그녀는 이어서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면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며, 두 사람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II. 475-89). 즉 그녀는 판다루스가 그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자신을 조종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그 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방책을 나름대로 계산하는 것이다.

설화자는 부가적으로 크리세이드가 순종적인 모습 이면에 자만심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일례로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대하여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틀림없이 가장 아름답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탁월한 사람이다.

그리고 트로이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가 나에게서 즐거움을 구한다 한들 놀랄게 무엇인가?

 

I am oon the faireste, out of drede,

And goodlieste, who that taketh hede,

And so men seyn, in al the town of Troie.

What wonder is though he of me have joye? (II. 746-49).

 

또한 데이피버스의 집안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트로일러스를 칭찬하며 그의 병을 걱정하고 있을 때, 그녀는 겉으로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오직 자기만이 그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웃음 짓고 있을 때에도 그녀의 교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크리세이드는 이 모든 말을 충분히 듣고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 새겨두었다;

겉모습은 침착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미소짓고 있었다.

누군들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이러한 기사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면.

 

Herde al this thyng Criseyde wel inough,

And everyword gan for to notifie;

For which with sobre cheere hire herte lough.

For who is that ne wolde hire glorifie,

To mowen swich a knyght don lyve or dye?  (II. 1590-4)

 

헥터를 비롯한 왕실가족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하기 위해 겁먹은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 있지만, 속으로는 트로일러스의 행,불행은 그녀가 좌우한다는 자만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들이 그녀의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성격에 실제 인간의 모습으로서의 그럴듯함을 더해주며, 살아있는 인물로 보이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보아진다. 또한 트로일러스의 사랑에 대한 그녀의 자만심에서 독자는 그녀의 자기애(自己愛)를 볼 수 있으며, 그녀를 더 이상 순전히 환경에 떠밀려 가는 존재로 보지 않게 된다. 사실 이후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주로 크리세이드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간으로서 복합적이며 이중적인 크리세이드의 모습은 판다루스가 돌아간 이후 트로일러스에게 사랑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긴 명상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II. 708-805). 많은 학자들이 이 장면을 크리세이드의 차갑고 계산적인 성격의 증거로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그녀가 처한 상황의 어려움이나 복잡성을 무시한 결과로 생각된다. 크리세이드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장면은 존재하는 질서와 힘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로 이해될 수 있다. 초서는 여기서 그의 여주인공의 성격의 깊이와 복잡성을 보여주고, 그녀의 사랑이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는 먼저 왕의 아들이라는 트로일러스의 신분이 자신의 생명과 신분의 안정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 반대로 그녀가 만약 그를 피하게 되면 그의 화를 자초할  것이고 자신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음을 염려한다(II. 705-12). 그녀는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수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로서 자신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트로일러스의 신중함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한 장면에서 독자는 트로일러스에게 마음을 열기 전 크리세이드가 자신의 사랑에 대한 사회적인 명분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또한 역시 자신의 남편은 그녀에게 결코 지배권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의 주인이며, 나의 재산에 관한 한 -

하느님 감사합니다 - 편안하게 지내고 있고,

또한 젊으며, 질투나 어떤 갈등이 없이,

즐거운 초원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어떤 남편도 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그들이 질투로 가득 차 있고,

지배적이거나, 새로운 사랑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I am myn owene womman, wel at ese ―

I thank it God ― as after myn estat,

Right yong, and stonde unteyd in lusty leese,

Withouten jalousie or swich debat:

Shal noon housbonde seyn to me 'Chek mat!'

For either they ben ful of jalousie,

Or maisterful, or loven novelrie.   (II. 750-56)

 

이것은 바스부인처럼 그녀가 남녀관계를 힘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바스부인은 남편의 억압적인 힘에 반기를 들면서 투쟁을 통해서 남편을 지배하고 사회질서에 반항하는 가운데 그 질서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녀의 이 주장은 강압적인 질서에 순응하는 가운데 그 억압적인 사회 안에서 그녀가 가진 상대적 독립성을 잃지 않고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고자 하는 그녀의 염원을 표출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녀는 남자들의 사랑이 오래 머물수 없음을 자각하고 사랑 그 자체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게 된다. 남자들에게서 자유를 구속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염려하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II. 778-805). 그러나 그녀는 위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대가가 있는 법이다(II. 807-08)는 결론을 내리고 트로일러스에게 마음을 주기로 결정한다.

이것은 그녀가 강압적인 사회현실과 덧없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에 휩싸여 갈등하는 모습이며, 독자에게 고뇌하고 갈등하는 사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장면이기도 한다. 사랑을 결정하기 전에 이렇게 갈등하는 모습은 트로일러스가 크리세이드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중세 연인의 전형으로서 의도된 트로일러스가 큐피드의 화살에 맞고 크리세이드를 본 순간,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중세의 연애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외면적으로 그녀는 판다루스의 조종에 의한 두려움으로 강압적인 환경에 순응하는 듯 하나, 그 이면에 보이는 그녀의 생각은 대단히 현실적이며 주변의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어느 정도는 그녀의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트로일러스를 사랑하기에 앞서 자신이 처한 모든 현실을 돌아다보고, 그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주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사랑을 결심하기 전 트로일러스의 단순한 태도와는 달리 이렇게 현실적이며 계산적인 행동과 갈등 저변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감정은 역시 두려움이며, 이미 시의 첫 부분에서 정당화되어진 감정이다. 즉 그녀의 현실적인 행동은 사회적 억압과 영원하지 않는 사랑의 속성에 직면하여, 자신의 불안한 상황을 자각하고있는 힘없는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자기보호적인 생각의 표출이며 현실적인 선택의 표현으로 보인다.

일단 보호자로서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허용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본 크리세이드는 더 이상 주변 환경에 겁먹고 두려워하며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대신 대단히 똑똑해지고 대담하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킨다.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허용하기에 앞서 그녀는 자신의 명예를 지켜줄 것(III. 162-168)과, 트로일러스가 그녀에 대한 주도권을 주장하지 않을 것(III.189-195)을 조건으로 내건다. 이것들은 중세 연애시에서 일반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항목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시에서는 두려움에 가득 차고 소심한 여인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대단히 현실적인 조건들이다. 그녀의 명예는 전체 시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강조되지만, 이것은 그녀의 이름 혹은 사람들의 평판정도로 이해된다. 정작 필요한 순간에 그녀는 콘스탄스나 루크리스처럼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트로일러스로부터 그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발을 젖게하는 위험에 빠뜨릴 만한 콘스탄스나 루크리스가 결코 아니다. 그녀의 의도는 전적으로 그에게 가있기 때문에, 그녀와 독자가 예상하도록 유도되어 온 상황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단순히 ‘no'라고 말하지 않는다.)

 

She is no Constance or Lucrece to risk even wet feet to ensure her safety from Troilus. Indeed, as her inclination is wholly on his side, she does not even fall back on the more simple expedient of saying no, when she find herself in the position which all the probabilities of the case have lead her and the reader to expect.2)

 

트로일러스는 첫 번째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가진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조롱을 염려하여 오직 운명의 여신만을 원망하면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던 그는 크리세이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크리세이드로 바뀌었다.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전하는 것이 너무 두려워 오직 자신의 침실에 칩거하여 자비(“O mercy")만을 외칠 뿐이다. 무사로서 그의 용기와 가치는 단지 설화자의 입을 통해서 배경으로만 전달될 뿐이며, 실제의 그의 행동에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서 고통과 슬픔에 싸여있는 모습만 보여진다. 크리세이드의 사랑을 얻기까지 그는 오직 판다루스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는 두려움에 가득 찬 연인(“a dredful lovere", II. 1045)이며, 그의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렸다. 이제 크리세이드의 사랑을 얻으면서 그는 기꺼이 자신을 그녀에게 양도하고 하인의 신분으로 떨어졌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의 평판을 지켜주어야 한다.

 

        내가 인식하는 한, 나는 전부 당신 것이었으며, -

하느님이 나의 영혼을 구해주기를 -

그리고 내가 무덤에 묻힐 때까지 그럴 것이라는 것,

하느님은 아실 것이오.

 

                “God woot, for I have,

As ferforthly as I have had konnynge,

Ben yours al, God so my soul save,

And shall til that I, woful wight, be grave!  (III. 100-03)

 

이와 같은 트로일러스의 사랑의 방식은 어느 면에선 중세의 연애제도와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크리세이드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그들의 사랑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신을 낮추면서 그들의 사랑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는 것은 중세의 연애시의 연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이지만, 이 시에서는 중대한 위험의 순간에 결국 트로일러스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함정이 된다. 안테노와 크리세이드의 포로교환이 결정될 때 트로일러스는 두 사람의 사랑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의회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다시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의 침대로 숨어서 운명을 저주하며, 필연의 법칙과 신의 예정설에서 그의 무능함의 정당성을 찾고 있다. 그는 크리세이드의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이 두려워 그녀와 도주할 수도 없다. 또한 전쟁 중에 그의 아버지 프리암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며 반역에 버금가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사랑을 누설하는 것이며, 크리세이드의 평판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V. 43-54). 이번엔 판다루스 조차, 세상엔 여자가 많으니 다른 여자를 찾아보라는 충고밖엔 그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크리세이드를 교환할 때 설화자는 그의 의연하고 절제력 있는 행동을 개인의 열정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그의 영웅됨의 증거로서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외면적인 의젓한 모습은 독자에게 크리세이드와 마찬가지로 강압적인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며, 그의 무능력의 반증이라 보여진다.

크리세이드가 내건 두 번째 조건은 앞서 남녀관계를 힘의 관계로 이해하고 있는 그녀의 생각을 다시 상기시킨다. 사실 두 번의 침실장면에서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의 위치는 가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완전히 뒤바뀌어있다. 크리세이드가 트로일러스의 질투심을 나무랄 때, 그는 마치 꾸중듣는 학생처럼 무릎을 꿇고 한숨만 짓다가 기절하고, 혼절에서 깨어난 그는 바스부인의 남편들처럼 그녀에게 무조건적인 용서와 자비를 구한다.

 

           “제발 나의 이 슬픔에 자비를 베푸소서,

나의 여인 크리세이드여!

그리고 내가 한 말 중에 잘못이 있거든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죄를 짓지 않겠소.

당신 뜻대로 하시오. 나는 당신의 은총에 맡기겠오.

 

           "Allas, upon my sorwes sike

Have mercy, swete herte myn, Criseyde!

And if that in tho wordes that I seyde

Be any wrong, I wol no more trespace.

Doth what yow list; I am al in youre grace."  (III. 1171-76).

 

트로일러스가 다시 한번 크리세이드에게 진실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완전히 자신을 내어주고 난 후 그들은 사랑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크리세이드는 그들의 사랑 행위에 있어  대단히 적극적이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아요.

이미 말한 것으로도 충분해요.

그리고 후회 없도록  딱 한마디,

환영해요, 나의 기사여, 나의 평화여, 그리고 나의 만족이여.

 

But lat us falle awey fro this matere,

For it suffiseth, this that seyd is heere,

And at o word, withouten repentaunce,

Welcome, my knyght, my pees, my suffisaunce!"  (III. 1306-09)

 

이 장면은 크리세이드가 먼저 트로일러스를 품에 안는 형상으로서 사랑의 행위에 있어 그녀가 주도적임을 나타낸다. 크리세이드는 밤이 다 가기 전에 사랑의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한다. 독자는 여기서 크리세이드의 carpe diem 즉 현재를 즐기자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3) carpe diem은 인간의 사랑과 행복은 그 기간이 있으며 일시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인식은 세상의 행복과 사랑은 덧없다는 그녀의 생각과도 관련지을 수 있는데, 판다루스가 꾸며낸 트로일러스의 질투에 대하여 원망할 때에 잘 드러난다(III. 813-36). 여기서 그녀는 트로일러스를 비난하는 가운데 지상의 행복과 기쁨이 덧없고 불안하며, 무가치함을 탄식하고 있다. 이 원망은 크리세이드의 불성실함을 믿어버린 트로일러스의 질투심을 탓하는 것이지만, 다른 면으로 연인들이 이제 경험하려고 하는 최고의 행복에 앞선 불길한 전조로서 작용한다는 데에서 아이러니를 찾을  수 있다.

독자는 두 사람이 천상의 행복(“hevenly bliss”)을 경험한 이후 밤이 오래 머무르지 않고 성급하게 물러나는 것을 비난할 때, 지상에서의 행복의 덧없음에 대한 그녀의 탄식을 또 다시 들을 수 있다(III. 1429-42). 크리세이드에게 아침은 새로운 앞날을 약속하는 밝은 희망이 아니라 그녀의 행복을 방해하기 위한 침입자이다. 이것은 외견상 밤새도록 황홀한 사랑을 맛보았던 연인들에게 불가피한 이별의 슬픔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밤과 낮이 반드시 교차되듯이 지상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는 그녀의 생각을 표출한 것이다. 차례로 이와 같은 불안감과 덧없음에 대한 인식은 그녀로 하여금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게 한다. 즉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녀의 불안한 두려움은 역설적으로 현세의 순간적인 행복을 추구하도록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4)  따라서 환경에 순응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유리한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계산적인 크리세이드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자기보호에 대한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이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트로일러스에게 있어서 사랑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힘이고 종교이며, 사랑을 위해서라면 왕자의 신분도 버릴 수 있다. 그 자신이 Book III에서 사랑은 자연계를 통제하며, 천상의 세계를 명령하며, 그 율법 안에서 모든 나라와 인간을 머물게 한다고 사랑을 찬송하고 있다(III. 1744-50).

사랑을 통해서 사악함으로부터 개종된(“converted out of wickedness", I. 999) 트로일러스가 크리세이드의 침실에서 구한 것은 단순히 그녀의 육체에서 구할 수 있는 행복뿐만 아니라, 그녀의 은총을 받아 영원히 누릴 수 있는 정신적인 행복과, 과거에 연인들을 멸시했었던 죄에 대한 그녀의 용서이다. 그러한 경험은 당연히 그를 고귀한 인간으로 변화시켰고, 그의 사랑을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였고,

모든 지위의 사람들로부터 찬사가 쏟아졌다.

사랑의 신이 이를 관장한다 -그의 은총이 찬양될지어다 -

그는 자만과 질투, 분노와 탐욕을,

그리고 모든 악들을 날려보냈다.

 

Benigne he was to ech in general,

For which he gat hym thank in every place.

Thus wolde Love ― yheried be his grace! ―

That Pride, Envye, Ire, and Avarice

He gan to fle, and everich other vice.  (III. 1802-06)

 

그러나 크리세이드에게 있어 트로일러스는 주로 사회적 경제적 안정과 심리적 평화의 수단이며, ‘욕망’의 방편이었다. 크리세이드의 사랑에 진실이 결여되어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사랑은 이러한 경계에 깊이 매여있었다. 그녀는 이것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안정을 위해 트로일러스에게 확실한 보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더 이상 트로일러스가 그 보장을 해줄 수 없게되자 그를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목적에서 출발된 것이다.

크리세이드와 엔테노의 교환이 확정되었을 때, 비밀을 지켜야 된다는 중압감과 강압적인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트로일러스는 오직 크리세이드의 뜻만 살필 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 트로일러스는 둘이서 도주하기를 원하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그의 여인의 몫이다. 그녀는 트로일러스의 뜻을 무시하고 의회의 결정대로 그리스 진영으로 갔다가 10일만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트로일러스는 그녀의 계획에 대하여 회의를 갖고, 아르구스의 눈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의 눈을 속일 수 없을 것이며, 그녀의 계획은 즐거운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IV. 1464-70)고 지적하면서, 그녀의 아버지가 트로이에 다가올 재앙을 이유로 그녀를 설득하여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려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에 대하여 크리세이드는 두 사람이 도망갈 경우 그녀와 트로일러스에게 닥칠 불명예를 설명하면서, 필연의 덕("a virtue of necessity")을 만들자고 장황하게 설득한다(IV. 1560-89). 그러나 여전히 의혹을 버리지 못한 트로일러스가  다시 한번 두 사람이 함께 도망가자고 제의하자, 그녀는 자신을 믿지 못함을 책망하며, 신시아(Cinthia)의 이름을 걸고 10일 후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다짐한다.

 

“아 당신은 모든 두려움으로 나를 죽이는군요.

이제 당신이 나를 믿지 못함을 잘 알겠어요.

당신의 말에서 그것을 잘 알 수 있어요.

이제 저 빛나는 달에 대한 사랑을 걸고,

제발 절 이유 없이 불신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께 드리는 약속은 진심이니까요.

 

"Allas, ye sle me thus for verray tene!

I se wel now that ye mystrusten me,

For by youre wordes it is wel yseene.

Now for the love of Cinthia the sheene,

Mistrust me nought causeles, for routhe,

Syn to be trewe I have yow plight my trouthe.   (IV. 1605-10)

 

신시아는 달의 여신이며 변화의 상징이다. 자신의 맹세의 엄숙함을 강조하기 위해 달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의 불안감과 변덕스러운 그녀의 마음(“sliding of corage")을 반영하며, 그녀의 배신을 미리 예시한다는 데에 아이러니가 있다. 이것은 또한 크리세이드가 지리적으로 트로이를 떠나서 그리스 진영으로 옮겨가는 부분이라서 달은 글자 그대로 도덕적,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 성질의 변화를 상징한다.5)

크리세이드의 약속은 나쁜 상황을 최대한도로 이용하고자 하는 영리하고 용감한 행동으로 보여지나, 사실은 지배집단의 억압을 두려워하는 희생자의 복잡한 복종이다.6) 트로일러스가 그녀를 보호할 수 없게 되자 그녀의 두려움이 되살아나고, 이때 그녀는 사랑보다는 두려움에 촉구되어서 트로일러스에게 그녀의 약속을 확신시킨다. 억압적인 사회의 관습과 가치에 복종하도록 훈련이 되어있는 겁 많고 소심한 그녀가 트로일러스와 둘이서 도주함으로써, 자신의 불명예를 자초하고 사회적인 기존 가치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상황에서 그녀의 약속이 위선이며, 계산적이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적어도 그 순간만은 진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진영으로 건너간 그녀는 결국 이러한 성격 때문에 그 엄숙한 맹세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도주의 시도 없이, 트로이로 돌아가기로 한 날에 자신의 신분보호를 위해 트로일러스를 저버린 것이다

크리세이드의 배신의 과정은 간결하지만 완벽하게 그려져 있다. 그녀가 디오메드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트로일러스의 사랑을 허용하는 과정의 반복 축소판이다. 디오메드는 트로일러스와 완전히 대조적인 인물이다. 트로일러스는 번번히 운명의 여신을 원망하며 자신의 무가치함을 슬퍼하여 침대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디오메드는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크리세이드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특히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디오메드가 크리세이드의 말고삐를 잡았다는 언급(by the reyne hire hente, V. 90)은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글자그대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상징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7) 즉 크리세이드의 고삐를 쥔 그는 중재자 없이 스스로 판다루스의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크리세이드를 그리스 진영으로 인도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다. 그는 우선 크리세이드에게 우정을 요구한다.

 

내 이제 당신에게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을,

그리고 내 힘껏 도와 줄 것을 맹서합니다.

 

"And by the cause I swor yow right, lo, now,

To ben youre frend, and helply, to my myght," (V.127-28)

 

좀더 후에는 자신을 남자 형제로서 대우해달라고 하며(“And that ye me wolde as youre brother trete," V. 134), 마지막에는 그는 언제나 그녀의 것임을 맹세하고 자신은 전에 어떤 여자에게도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으며, 어떤 여자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고(V. 148-161) 덧붙임으로서 자신의 의도를 점차적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판다루스가 크리세이드에게 트로일러스에 대한 사랑을 구걸하던 순서이다. 이러한 디오메드의 행동에서 독자는 중세 연애시의 행동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단지 그와 판다루스는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과는 무관하게 행동했다는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극히 현실적으로 능수능란하게 크리세이드를 조종하고 있다는 면에선 다르지 않다.

디오메드와의 관계에서도 역시 소심하고 복종적인 위치에 있는 여성으로서의 크리세이드의 상황이 강조되면서 그녀의 두려움은 그녀의 행동에 중요한 동기가 된다. 설화자는 크리세이드를 디오메드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에 비유하고 있다.

 

그녀를 낚기 위해서 결코 고리와 낚시줄 밖으로

그녀를 내보낼 의사가 없었다.

 

To this entent he koude nevere fyne;

To fisshen hire he leyde out hook and lyne. (V. 776-7).

 

디오메드는 크리세이드를 두 번째 만나는 자리에서 트로일러스가 예상한대로 트로이에 예정된 몰락의 운명을 언급하여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을 조장한 다음, 그리스에서 더 완벽한 사랑을 찾을 수 있으며, 그녀만 동의한다면 디오메드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되겠노라 말함으로서 그의 의도를 한층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크리세이드는 트로이에 남겨둔 사랑을 부정하고 디오메드에게 그녀가 마음을 열어놓을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내가 만약 그리스인에게 동정을 베풀어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 당신이 될 거예요.

 

If that I sholde of any Grek han routhe,

It sholde be youreselven, by my trouthe!” (V. 1000-1).

 

이것은 독자에게 대단히 의외의 장면이다. 트로일러스와 헤어진 후 디오메드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기 바로 직전까지도 극도의 슬픔에 젖어있고, 누차 트로이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고 있다고 말해온 크리세이드가 단 한순간도 망서림 없이 디오메드에게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얼른 이해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디오메드가 돌아간 이후 독자는 크리세이드의 간결한 명상 장면을 통해서 그녀가 트로일러스를 선택했던 바로 그 이유로 디오메드를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 보았다.

성급한 디오메드가 한 말을,

그의 높은 신분을, 그리고 트로이의 위험을,

그리고 그녀가 혼자라는 것, 그리고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로써 그녀는,

진실을 말하자면, 머물 수 있는 충분한 이유를

마음 속에 품기 시작했다.    

 

Retornyng in hire soule ay up and down

The wordes of this sodeyn Diomede,

His grete estat, and perel of the town,

And that she was allone and hadde nede

Of frendes help; and thus bygan to brede

The cause whi, the sothe for to telle,

That she took fully purpos for to dwelle. (V. 1021-29)

 

즉 왕자로서 트로일러스의 신분이 그녀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정과 보호가 그를 사랑하게 했던 이유가 되었듯이, 디오메드의 신분은 트로이에 당면한 위험을 피해서 그리스 진영에 머물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것은 바로 유약하고 변덕스러운 그녀의 성격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으로 생각될 수 있다. 독자는 그녀의 명상 속에서 간결하지만 직접적으로 크리세이드에게 강요된 외부 압력이 표현되면서, 다시 한번 억압적인 사회 질서에 순응하여 그녀가 필연의 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즉,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앞서 트로일러스를 사랑하기에 앞서 손익을 계산할 때처럼  현실적이고 냉정한 그녀의 성격의 표출로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인식은 크리세이드의 죄의 유무를 떠나서 자신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욕구를 가진 인간에게서 자연스럽게 연상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녀의 행동을 비방하기에 앞서 그녀의 결정은 트로일러스와 격리된 상태에서, 그리고 외롭고 두려운 상황 하에서 이루어졌음이 논의되어져야 한다. 그녀의 상황은 적대적인 현실에 반항하기보다는 적응하도록 훈련된 사람에겐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설화자는 크리세이드가 트로일러스를 배신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에서 놀라울 정도의 이해와 동정심을 보여주고 있다. 설화자는 크리세이드의 불성실함에 대하여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그녀의 행동에서 그 동기로서 연상되어지는 두려움을 그녀를 변호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우선 그는 트로이 진영으로 돌아가는데 있어 여자로서의 한계 혹은 거리상의 한계를 언급하여, 그녀의 배신을 변명하는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V. 694-707). 그는 또한 크리세이드가 디오메드에게 마음을 주기 전까지는 트로이로 돌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트로일러스를 마음에서 버리기로 결심한 이후 그녀의 슬픔을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V. 1054-99). 나아가서 설화자로서 자신은 더 이상 그녀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며, 그녀의 죄는 명백하지만, 최소한 그녀는 자신의 죄에 대하여 참회하고 있다(V. 1093-99)고 말함으로서, 그의 동정심을 표현하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배신을 그녀의 사악함의 결과처럼 보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크리세이드의 배신이 확실해지면서 설화자는 더 이상 감정적으로 크리세이드에게 동정 내지는 동조의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크리세이드의 배신을 최종적으로 선언할 때에 그는 “the storie telleth us"(V. 1037,  1044,  1051)등을 반복 언급하여 그녀와 설화자 사이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며, 또한 크리세이드의 행위를 그녀의 두려움의 소산으로만 옹호하기에는 역부족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처럼 반복적인 원전의 언급은 장식을 위한 수사적 반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야기 전개에 있어 객관성을 증가시키며, “self-defense through total detachment"8)(전반적인 초연함을 통한 자기방어)이고, 크리세이드의 죄에 대하여 면피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된다.

크리세이드의 배신은 판다루스 조차 그녀를 영원히 증오할 것이라(“I wol hate hire evermore!", V. 1733)고 할 만큼 치명적인 죄이며, 용서할 수 없는 죄이다(V. 1742-43). 크리세이드를 기다리는 10일 동안 트로일러스는 끊임없이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그녀를 되찾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는 단지 그녀를 열망하고 그녀가 가버린 고통 속에서 슬퍼하는 일 외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그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친구의 위로도 이제는 그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을 두려워했던 그는 크리세이드의 변절을 확인한 순간부터  깊은 절망과 극도의 분노의 상태로 전락한다. 이제 그녀에 대한 심리적인 예속과 두려움에서 벗어난 트로일러스는 더 이상 그의 침대 속에서 슬픔에만 빠져있는 무력하고 무능한 존재가 아니다. 더 이상 판다루스의 충고도 필요하지 않다. 대신에 그는 깊은 절망 속에서 디오메드에 대한 복수심에 치를 떤다. 절망감에 의해 고양된 용기로 분노와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그는 매일 매일의 전투에서 그리스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수많은 잔인한 전투에서,

두려움이 없는 이 고귀한 기사 트로일러스는,

사람들이 고전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의 기사도와 엄청난 위력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그의 용맹과 분노로 인해 그리스 군사들은

밤낮으로 아주 잔인하게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항상 그는 디오메드를 찾았다.

 

In many cruel bataille, out of drede,

Of Troilus, this ilke noble knyght,

As men may in thise olde bokes rede,

Was seen his knyghthod and his grete myght;

And dredleles, his ire, day and nyght,

Ful creuwely the Grekis ay aboughte;

And alwey moost this Diomede he soughte.  (V. 1751-57)

위 예문은 일견 그의 영웅적인 용기와 용감함을 칭찬하는 듯 하나, 실은 전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그의 용맹은 단지 그의 슬픔을 끝내기 위해 죽음을 찾아 나서는 행동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지상에서 천상의 행복을 구하던 그는 크리세이드에 대한 사랑에 의한 두려움과 좌절에서 비롯된 슬픔과 원망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는 영혼이 8천구로 승천한 후에야 비로소 지상에서의 사랑과 그 좌절에 의해 야기되었던 모든 감정에서 완전히 해방된다. 그곳에서 그는 조그만 점과 같은 지구("litel spot of erthe", V. 1814)를 내려다보면서, 덧없는 기쁨에 얽매여 울고 한탄하는 자신과 같았던 사람들을 보고 경멸의 웃음을 던진다.

 

저 멀리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 그는 혼자서 웃었다.

그리고 영원히 지속하지 않는 맹목적인 허영에 뒤따르는

우리의 모든 인간사를 저주하였다.

 

And in hymself he lough right at the wo

Of hem that wepten for his deth so faste,

And dampned al oure werk that foloweth so

The blynd lust, the which that may nat laste,   (V. 1821-24).

 

그의 비웃음은 시의 시작부분에서 연인들의 어리석은 감상주의적 태도에 대한 비웃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앞서 그의 비웃음은 아무 것도 모르는 그의 무지 내지는 자만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제 그는 지상의 불완전한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 덧없음을 경험한 이후, 어리석고 영원할 수 없는 인간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진정한 의미의 웃음으로 이해되어지고  있다. 즉 트로일러스는 그의 죽음에 직면하여 지상의 혼동과 격변으로 가득한 인간생활에서는 찾을 수 없던 확실성을 발견한 것이다.

 

 

III

 

이 시에서 크리세이드와 트로일러스의 심리적 두려움이 그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그 방식을 살펴보았다. 우선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은 그녀의 생존에 대한 것으로 스토리상에서 충분한 정당성과 근거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배반자의 딸이며 과부란 그녀의 사회적 신분이 그녀의 외로움과 두려움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며, 그녀의 두려움은 강압적이고 지배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견상으로는 순응적이지만 그 이면으로 보여주었던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행동을 심리적으로 설명하는 근거로서 작용한다. 그녀의 사랑과 배신의 행동 역시 그녀의 두려움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초서 역시 어느 정도는 이런 측면에서 그녀를 옹호해주었다. 반면 트로일러스의 두려움은 소문과 크리세이드에 대한 것으로, 이것은 그에게 족쇄가 되어 단지 분노와 원망만을 표출할 수 있을 뿐 그에게서 전혀 선택의 여지를 제거하였고, 그의 행동을 억제하였으며, 무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심리적 두려움의 측면에서 고찰해볼 때, 역사적 배경의 희생자로서 종종 논의되어져왔던 두 주인공들은 그들의 성격이 각자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들의 몰락을 자초했다는 주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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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Duality of Fear of Troilus and Criseyde

 

Lee, Yeon-Hee

 

This is a study of two protagonists' fear, Troilus and Criseyde, in Troilus and Criseyde, on the basis that the fearful character of them prepares some principal motives and parts to their activities. This study is focused on how fear is embodied in the character and activity of two main characters, and produces an effect on the fortune of two characters in the story of this poem.

For the most part Criseyde's fear is concerned in her living, which has enough validity and reason at least in the story.  Her social status in Troy as a daughter of a treacher and a widow supplies a good ground for her loneness and fearfulness. On the contrary Troilus is intended as a typical lover in medieval love poetry and his fear mostly goes toward Criseyde.

And her fearful feeling exerts as a validate basis of her activity in the poem, which is externally obedient to be alive in the oppressive ruling society but turns out to be coldly calculative and realistic on the inside of her psychology. Her love and betrayal can be also explained by her fearfulness. Troilus's dreadful passion, however, comes to be  a fetter in his case unlike Criseyde's. His fearful character makes him do nothing except lamenting and resenting his pitiful fortune and removes the free will of choice from him.

 

 

 

 

 

 

국문초록

 

트로일러스(Troilus) 와 크리세이드(Criseyde)의 두려움의 이중성

 

이 연 희

 

이것은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에서 두 주인공의 두려움에 대한 연구이며, 두려워하는 그들의 성격이 그들의 행위에 주요 동기를 부여한다는 근거에서 출발하고 있다. 본 연구는 두려움이 두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에서 구현되는 방식과 이 시의 줄거리에서 그들의 운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초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 크리세이드의 두려움은 그녀의 삶에 관한 것으로 그것은 이야기 속에서 충분한 근거와 이유를 가진다. 즉 배신자의 딸로서, 그리고 과부로서 그녀의 사회적 신분은 그녀의 외로움과 두려움에 합당한 근거를 제공한다. 반대로 트로일러스는 주로 중세 연애시의 전형적인 연인으로서 의도되고 있으며, 그의 두려움은 주로 크리세이드를 향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두려움은 억압적인 지배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겉으로는 순종적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냉정하고 계산적이며 현실적인 그녀의 행동의 확고한 근거로서 작용한다. 그녀의 사랑과 배신 역시 그녀의 두려움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트로일러스의 두려움은 크리세이드의 경우와는 달리 족쇄가 되어버린다. 그의 두려움에 가득 찬 성격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불쌍한 운명을 탄식하고 분개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하며, 그에게서 선택의 자유의지를 제거한다.


1) David Aers  Chaucer, Langland and the Creative Imagination, Rootledge & Kegan Paul: London, Boston and Henley,  1980.  p. 121

 

2) P. M. Kean,  Chaucer and the Making of English Poetry, Routledge & Kegan Paul : London, Boston, 1967.  p. 109.  Ian Robinson 역시 그녀의 “honor"에 대한 빈번한 언급은 그녀의 이름 혹은 평판에 대한 관심에 불과함을 주지( Chaucer and the English Tradition, Cambridge Univ. Press(1971), p. 77)

 

3) Alfred David, The Strumpet Muse, Art and Morals in Chaucer's Poetry, Indiana Univ. Press: Bloomington & London. 1976. pp. 30-31.

 

4) Joseph J. Mogan Jr., Chaucer and the Theme of Mutability, The Hague, Paris: Mouton, 1969. p. 130.

 

5) Michael E. Cotton,  "The Artistic Integrity of Chaucer's Troilus and Criseyde" in The Chaucer Review 7 (1972)

 

6) David Aers, op, cit. 131.

 

7) McKay Sundwall, "Criseyde's Rein" in The Chaucer Review 11(1976)

 

8) Sister Francis Dolores Covella, "Audience as a Determinent of Meaning in the Troilus",  in Chaucer Review.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