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의회(The Parliament of Fowls)}에 나타난 서술구조

공 성 욱

I. 서론:

위대한 문학작품이 독자에게 제공하는 그 해석의 폭은 넓고도 무한하다. 이 말은 소위 텍스트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상 불완전/불안정한 존재라는 말과 같다. 만일 텍스트의 의미가 고정되어 안정된 존재로 있다면 그것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편으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제작자의 편에서 만들어진 프로파겐더(propaganda)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독자가 작품을 통해 향유하는 즐거움은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구가하는 다양한 의미의 산출이라는 특권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텍스트는 본질적으로 열려진 구조이어야 하며,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의 잉여의 개념으로 존재하여야한다. 이러한 텍스트와 독자의 관계를 데리다(Derrida)는 "산종(Dissemination)"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Cuddon 250). 그러므로 어찌 보면 문학작품의 이해와 평가란 오류로 점철된 해석의 집합체일 수밖에 없다. 엘리어트(Eliot)가 셰익스피어를 평하는 과정에서, "(이해)의 오류를 없애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또 다른 오류를 만드는 일이다(it is certain that nothing is more effective way in driving out error than a new error)."(Eliot 126)라고 한 언급은 문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모든 메카니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리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쵸서의 {새들의 의회}라는 작품에 대한 시론적(tentative) 이해를 시도하면서 하나의 오류를 범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필생의 대작인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가 쓰여지기 직전에 쓰여진 것으로서, 이 속에는 후일에 탄생될 대작의 분위기를 예견하게 하는 자연스럽고, 활기 찬 대화체의 문형과, 많은 극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Robinson 309). 그리고 이 작품은 소위 쵸서의 이태리 문학기인 1380년에서 1386년 사이의 작품으로서, 라틴문학과 이태리 문학이 작품의 구성에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즉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지는데, 각각의 부분들은 각각 특정한 문학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첫 부분은 키케로(Cicero)의 {스키피오의 꿈(Somnium Scipionis)}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둘째 부분은 보카치오(Boccaccio)의 {테세이드(Teseide)}, 그리고 셋째 부분은 아란(Alanus)의 {자연의 불평(De Planctu Naturae)}이 지배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작품의 특징을 의식하여 로빈슨(Robinson)은 이 작품을 문학의 차용작(literary borrowings)이라고 명하기도 했다(Brewer 3).

이 작품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의 방향은 작품의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소위 새들을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는 의미에서, 중세문학의 큰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알레고리적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평자들은 지금까지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작품의 이면에 숨겨진 함의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이 작품이 1383년 발렌타인데이(St. Valentine Day)를 기념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라거나(Brewer 3), 리챠드 2세와 보헤미아의 공주와의 결혼 혹은 쵸서 자신의 결혼에 대한 알레고리로도 이해되어졌고(Robinson 309-10), 심지어 작품 속에 나오는 새들의 등급으로 인하여 사회계급간의 갈등으로도 해석이 되어진 바 있다(Brian 126).

그러나 이 글의 목적은 지금까지의 이해의 방향을 지양한다. 다시 말해서 필자는 이 작품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추적하지 안는다. 다만 이 작품의 서술구조와 의미전달과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초서의 현세적이고도 넉넉한 문학관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은 세 부분에서의 서술구조가 일관되어있지 않다. 즉 서술구조가 산만하게 흐트러져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진행이 한 스타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서술구조의 산만함은 쵸서에게 있어서 작가적 결함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그가 이런 여지를 의식하지 못했을 리 없다. 오히려 그가 각 부분에서 시도한 다양한 목소리야말로 이 작품을 통해서 그가 의도했던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필자의 논지는 "이 작품의 다양한 시형의 이면에는 의식적인 예술적 의도(conscious artistic purpose)가 숨어있다"고 언급한 프랭크(Frank 530)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작품 속의 세 부분 이야기의 서술구조를 통해, 형식과 의미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II-i. 서곡(Prelude):

서곡은 화자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 이야기(dream vision)를 유도하기 위한 방편, 즉 도입부로 사용된 부분이다. 84행까지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시작은 "인생은 짧고, 재주(?)는 배우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드는군(The lyf so short, the craft so long to lerne)(1)"이라는 근엄한 도덕적 음성으로 시작된다. 이 짧은 구절이 곧 이 서곡 부분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대변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구절이 "ars longa vita brevis"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원용한 것이라고 보았을 때, 사실 중세의 지식으로 본다면 "craft(=ars)"란 그 쓰임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즉 과학의 영역에서는 자연을 능가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어졌고, 교육에서는 천부적 재능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훈련과 단련을 의미했으며, 예술에서는 형식과 원리를 만들어내는 기교를 의미했다(Doran 55).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의 "craft"란 "세속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일생을 통해 배워도 모르는 것이요, 세상 모든 고통의 근원으로 인식된다.

Th'assay so hard, so sharp the conquerynge,

The dredful joue, alway that slit so yerne:

Al this mene I by Love, that my felynge

Astonyeth with his wonderful werkynge

So sore, iwis, that whan I on hym thynke,

Nat wot I wel wher that I flete or synke.(2-7)

이런 생각을 소개하면서 화자는 그 자신도 사랑에 대해 무지하며, 경험이 없고, 오직 책을 통해서 사랑을 배운다고 말하면서 화자로서의 자신을 다소 객관적인 위치에 두고자 한다.

For al be that I knowe nat Love in dede,

Ne wot how that he quiteth folk here hyre,

Yit happeth me ful ofte in bokes reede

Of his myrakles and his crewel yre.(8-11)

아울러 이 서곡부분에서는 그 자신이 읽은 책, "Tullyus of the Drem of Scipioun"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그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 서술의 주체로서 주로 3인칭 대명사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의 사랑에 대한 객관적 입장을 드러내주기 위한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스키피오의 꿈은 서곡의 중요한 에피소드이다. 스키피오는 꿈속에서 자신의 조상인 아프리카누스(Old Affrycan)를 만나게 된다. 아프리카누스는 마치 {명예의 전당(The House of Fame)}에서의 독수리처럼 스키피오를 천상으로 인도하게 되고, 이 천상은 곧 서곡의 무대가 된다. 그러므로 서곡은 세속적인 무대가 아니라, 중세인의 관념상 가장 조화롭고 이상적인 무대에서 꾸며지는 한편의 이야기가 된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 서술양식도 그에 걸맞는 중후하고 근엄한 도덕적 목소리로 일관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세 번째 부분, 의회에서 새들이 벌이는 논쟁 장면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게 된다.

스키피오는 아프리카누스에게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 질문하는데, 이에 대해 아프리카누스는, "세속의 삶 자체가 곧 죽음이며, 의로운 영혼은 사후에 천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음(And that oure present worldes lyves space/ Nis but a maner deth, what wey we trace/ And rightful folk shul gon, after they dye,/ To hevene;)(53-57)"을 설파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중세인의 내세지향적 세계관과 세속에 대한 혐오(comtemptus mundi)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키피오는 천상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세속의 부조화스런 모습(lytel erthe that here is,/ At regard of the hevenes quantite;)을 보면서(57-8), 이와는 대조되는 천상의 조화로운 음악(welle is of musik and melodye)을 듣게된다(62-3).

마지막으로 아프리카누스는 스키피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주는데,

And he seyde, "know thyself first immortal,

And loke ay besyly thow werche and wysse

To commune profit, and thow shalt not mysse

To comen swiftly to that place deere

That ful of blysse is and of soules cleere.

But brekers of the lawe, soth to seyne,

And likerous folk, after that they ben dede,

Shul whirle aboute th'erthe alwey in peyne,

Tyl many a world be passed, out of drede,

And than, foryeven al hir wikked dede,

Than shul they come into this blysful place,

To which to comen God the sende his grace."(73-84)

(필자의 이탤릭)

여기서 아프리카누스는 스키피오에게 이타적인 삶을 살도록 권하고 있다. 즉 세속의 사랑이라는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모든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이타적인 사랑이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을 받는 길임을 설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속의 모든 불행과 고통의 근원이 세속적인 사랑에 있다는 말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 된다.

서곡은 하늘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로서, 그 내용과 서술양식이 일치되고 있다. 즉 서술하는 목소리가 매우 전형적인 톤을 유지하여, 전형적인 중세적, 도덕적 삶의 방법을 펼치고자 하는 화자의 의도와 일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화자는 천상을 가장 바람직한 사랑--이타적인 사랑--이 이루어지는 세계로 그리고 있다.

II-ii. 사랑의 정원(Garden of Love):

화자 쵸서는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고, 꿈속에서 스키피오에게 나타났던 아프리카누스가 똑같은 모습으로 그 앞에 등장한다(96-98). 아프리카누스는 쵸서에게 자신의 낡은 이야기(In lokynge of myn olde bok totorn)를 읽어준 데 대한 보답으로 그를 사랑의 정원으로 인도한다(109-112). 이런 일련의 상황은 앞선 서곡에서의 스키피오의 꿈이라는 에피소드와 병치되면서, 자연스럽게 쵸서 자신의 이야기로 이끌기 위한 역할전이(role-change)의 형식을 띄게 된다. 그가 인도하는 단테식의 여행(Dantesque journey)을 통해서 쵸서는 사랑의 이중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사랑의 정원의 에피소드는 화자로 하여금 세속의 사랑이 보여주는 이중적 속성을 확인하는 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그는 사랑의 정원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자신의 이야기의 내용이 자신의 꿈이라는 사실을 밝힌다(115). 그러나 그 자신이 사랑과는 무관함을 다시 한번 천명하지만, 진작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권위를 여타의 중세적 관습상 시의 신 뮤즈에게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신 비너스에게 갈구하는 아이러니칼한 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Cytherea! thow blysful lady swete,

.................

Whan I began my sweven for to write,

So yif me myght to ryme and 다 t'endyte!(113-19)

쵸서는 사랑의 정원의 대문을 들어서면서 양쪽 벽에 새겨진 상반된 두 문구를 읽게된다.

한 쪽은,

"Thorgh me men gon into that blysful place

Of hertes hele and dedly woundes cure;

Thorgh me men gon unto the welle of grace,

There grene and lusty May shal evere endure.

This is the wey to al good adventure.

Be glad, thow redere, and thy sorwe of-caste;

Al open am I pass in, and sped thee faste!"(127-33)

이라고 적혀있고, 또 다른 한 쪽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Thorgh me men gon," than spak that other side,

"Unto the mortal strokes of the spere

Of which Disdayn and Daunger is the gyde,

Ther nevere tre shal fruyt ne leves bere.

This strem yow ledeth to the sorweful were

There as the fish in prysoun is al drye;

Th'eschewing is only the remedye!"(134-40)

전자는 황금 글씨로 쓰여진 반면, 후자는 검은 글씨로 쓰여짐으로써, 매우 노골적인 알레고리적 양상을 보인다. 전자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끌어진 사랑(natural and married love)을 암시한 다면, 후자는 비극성을 잠재하고 있는 궁정식 사랑(courtly love)의 양상이다. 이 두 글은 환히롭고 조화로운 사랑의 모습과, 대부분의 인간이 갈망하는 비극적이고도 부조화스런 사랑의 양태를 보여준다.

This gate seems to symbolize two distinct kinds of Love to be found in the garden; Love according to Nature, which promises ever green joy, and Love of a more courtly kind which leads to barren sorrow and despair. (McDonald 312)

쵸서는 이야기의 진행과 더불어 다시 한번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독자에게 확인시키려 하는데, 그는 이 이야기가 전적으로 아프리카누스가 소재를 제공한 것으로서(And if thow haddest connyng for t'endite,/ I shal the shewe master of to wryte.)(166-67), 자신은 여전히 사랑과는 무관하며 단지 자신의 필재로 전달할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그의 면모는 마치 {선녀전(The Legend of Good Women)}에서 쵸서 자신이 알케스티스(Alceste)로부터 소재를 제공받아 착한 여인들의 생을 쓴다고 표명한 것(480-81)과 맥을 같이하는 쵸서의 관습(Chaucerian convention)이라고 보아도 좋다. 그러므로 사랑의 정원은 전적으로 쵸서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고, 들은 바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는 유달리 많은 객관적 묘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쵸서는 사랑의 정원을 묘사함에 있어서, "A garden saw", "herde I", "saw I", "Fond I"와 같은 말로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자신을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이 곳은 매우 목가적인 양상(pastoral vision)을 보인다. 그리고 쵸서의 이에 대한 묘사는 매우 서사적이고 회화적이다(169-210). 많은 형용사를 사용하여 마치 한편의 그림을 독자에게 각인 시키듯 세밀한 묘사를 시도한다.

For overal where that I myne eyen caste

Were trees clad with leves that ay shal laste;

Ech in his kynde, of colour fresh and greene

As emeraude, that joye was to seene.(172-75)

Th'air of that place so attempre was

That nevere was ther grevauce of hot ne cold;

There wex ek every holsom spice and gras;

No man may there waxe sek ne old;(204-207)

그러나 이런 목가적 분위기의 사랑의 정원도 그 속에 아이러니를 함유하고 있다. 그가 우선 본 것은 사랑의 신 큐피드와 그밖에 사랑과 연관되는 인간의 속성들의 의인화된 모습들이다(211-266). 그러나 이 속성들 자체가 사랑의 긍정적인 면에 이바지하는 속성(Delight, Pleasure, Adornment, Courtesy 등)도 있지만 아울러 사랑을 불행하게 만드는 속성(Jealousy, Bribery, Flattery 등)들도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이런 속성들은 결코 서곡에서 말한 이타적 사랑(commune profyt)에 이바지 할 수는 없는 요인이다. 그리고 이는 곧 쵸서가 사랑의 정원을 기존의 중세문학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한 곳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양상을 역전시킴으로서 좀더 인간적인 모습을 닮은 곳으로 그리려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쵸서가 사랑의 사원의 벽에서 본 세속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벽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사랑으로 인하여 불행에 빠진(Alle these were peynted on that other side,/ And al here love, and in what plyt they dyde.)(293-94) 인물들(Troilus, Semiramis, Tristan, Dido 등)에 대한 나열(281-294)이라는 사실도 이 사랑의 정원이 결코 이상향이 아닌 세속의 부조화의 장소로서 항시 비극의 씨앗이 잠재해 있는 곳임을 드러내 준다. 이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에서 아테네라는 세속적 현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갈등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는 요정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초서가 사랑의 정원을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초서는 색채감과 다양한 형용사를 사용하여 자신이 인도되어 본 장소를 가장 회화적으로 전달하고자 그에 가장 합당한 효과적인 서술형식을 견지하고 있다.

II-iii. 의회 장면(Parliament Scene):

301행부터 이 작품의 끝인 699행까지 진행되는 이 부분은 많은 논쟁과 소란으로 일관된다. 그러므로 초서의 감각은 서술형식을 많은 인용(quotation)와 극적인 대화, 그리고 탈격적인 문형(flexible sentence)으로 진행시켜, 형식과 내용을 일치시키고 있다. 이 날은 모든 새들이 짝을 짓는 발렌타인 데이인데(309-10), 암수가 짝을 이루는데는 사랑이라는 문제가 관여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에서 쵸서는 새들을 의인화시켜 인간의 행태를 마음껏 고발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더욱이 분위기 자체가 서곡과는 너무 극명한 대조로 일관되면서, 쵸서의 관심의 렌즈는 천상에서 속세로 그 방향을 내린다. 그런 가운데서도 쵸서는 자신의 화자로서의 위치를 잃지 않는다.

And right as Aleyn, in the Pleint of Kynde,

Devyseth Nature of aray and face,

In swich aray men myghte hire there fynde.(316-18)

속세를 관장하는 여신 네이쳐(Nature)는 자신이 총애하는 암독수리(formel eagle)의 짝을 찾아주려 한다. 여기서 암독수리를 지칭하는 "formel"은 그 발음상 여성이라는 "female"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사랑의 완성이 암수의 조화로운 결합에 있다면, 네이쳐 역시 그 신랑 후보로서의 세 마리의 독수리를 통해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상호간의 완벽한 사랑을 존중한다.

"But natheles, in this condicioun

Not be the choys of everich that is heere,

That she agre to his eleccioun,

Whoso he be that shulde be hire feere.(407-10)

세 마리의 후보 독수리는 제각기 형식에 철저하게 기사도풍의 자세로 사랑을 고백한다(393-483). 쵸서는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상류사회에 대한 희화를 시도한다.

Of al my lyf, syn that day I was born,

So gentil ple in love or other thyng

Ne herde nevere no men me be beforn,(484-86)

(필자의 이탤릭)

쵸서는 여기서 처음으로 "인간(man)"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결국 이 모든 의인화가 바로 인간의 양상임을 암시해주는 것이다. 더욱이 하류계급의 새들(cokkow, goos, doke)이 독수리들의 말을 듣고, " Kek, kek! kkkow! quek, quek"(499)라고 했을 때, 상류사회에 대한 희화는 극에 달한다. 즉 상류사회의 인간들이 보이는 위선과 그들이 견지하는 형식에 대해, 소위 영어에서 의미상 "엉터리, 사기"를 나타내는 "quasi-"나 "quack-"과의 동음어를 울음소리로 택하여 보여줌으로써 코믹한 장난을 벌이고 있다고도 생각이 든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기존의 비평적 시각의 하나인 계급간의 갈등의 소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wrote the Palement in order to ridicule the courtly sentiment of the nobler birds through the criticism of the lewdness behind. (Lewis 172)

The birds assembled for the love debate are classified in a hierarchical system--birds of prey, water birds, seed birds, and worm birds--which parallels human social organization. (Brian 126)

그러나 상류사회의 견해로서는 결코 해결을 볼 수 없게되자, 네이쳐는 각 계급의 대표를 선정해서 방법을 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대표로서 매(faucoun)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하는데,

Ful hard were it to preve by resoun

.............

Me wolde thynke how that the worthieste

Of knyghthod, and lengest had used it,

Most estat, of blod the gentilleste,(534-50)

이 견해는 사랑을 이성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사회적으로나 물질적인 능력에 종속되어야 한다. 사랑이 이성을 초월한 것임을 망각한 견해일 뿐이다.

다음에 제시되는 거위(goos)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My wit is sharp, I love no taryinge;

I seye I red hym, though he were my brother,

But she wol love hym love another!(565-67)

이는 마치 {트로이러스와 크레시다(Troilus and Criseyde)}에 나오는 판다루스(Pandarus)와 같은 입장을 나타낸다. 즉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의 게임이며, 언제든지 대상을 바꾸어가며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런 해결책이 과연 거위가 스스로 말한 그의 냉철한 지성과 대비되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여지를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닐지.

비둘기(turtle)는 사랑을 갈구하다가 얻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수절하라는 입장을 제시한다. 이는 결코 궁정식 사랑의 관습을 벗어나지 못한 견해이다.

Though that his lady everemore be straunge,

Yit lat hym serve hire ever, til he be ded.(584-85)

이렇게 소란스런 논쟁을 통해서 쵸서는 사랑의 추구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이며, 각양각인이 추구하는 사랑의 모습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몇 개의 계급을 대표해서 제시된 나름대로의 해결책은 모두 이기적인 사랑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장면에 대해 코그힐(Coghill)의 다음과 같은 언급도 다름이 아니다.

So in the debate which follows, he looks steadily at the idea of love, how it is differently desired by different kinds of creature. (Coghill 59)

자신의 짝짓기에 실패한 독수리는 일년간의 시간적 유예를 요구하고, 그 요구는 네이쳐에 의해 수락된다. 여기서 네이쳐는 그 자신이 사랑에 대한 한계를 토로하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이성의 문제도 아니고, 그 얼마나 미묘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 시켜준다.

But as for conseyl for to shese a make,

If I were Resoun, certes, thanne wolde I

Conseyle yow the royal tercel take,(631-33)

그 밖의 모든 새들은 짝을 지어 떠나고, 그들의 노래 소리에 쵸서는 잠을 깬다. 여기서 쵸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작가적 권위를 강조하면서, 새들의 노래가 불란서 노래라는 말로서 여태까지의 모든 양상이 바로 인간 자신의 상황이었음을 암시한다.

The note, I trowe, imaked was in Fraunce,

The wordes were swiche as ye may heer fynde,

The next, verse, as I now have in mynde.(677-79)

그리고 새들의 노래는 그 속에 앞서 사랑의 정원의 양쪽 벽에 기술되었던 사랑의 상반된 양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Now welcome, somer, with thy sonne softe,

That hast this wintres werdes overshake,

And driven away the longe nyghtes blake!(680-82)

즉 여름과 겨울의 대조를 통해 사랑의 환희와 비극을 유추해 볼 수 있고, 이것이 곧 세속의 사랑임을 쵸서는 우리에게 주지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발렌타인 데이의 정신이 상류사회가 아닌 하류사회에서 구현되었다는 것도 쵸서가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아닐까.

III. 결론:

이 작품의 주제는 중세부터 친숙하게 다루어지던 "구애를 위한 사랑싸움"(love debate for "demande d'armour")이다. 이 주제를 두고 쵸서는 각 에피소드마다 서술형식을 달리 구사했다. 이는 곧 형식과 내용의 일치를 위한, 소위 시에서 말하는 미메틱 스타일(mimetic form)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도되어진 것이다.

쵸서는 사랑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두고 천상의 사랑에서부터 속세의 사랑에 이르기까지를 세 가지의 형식과 공간으로 풀어 해쳐 주었다. 천상의 사랑은 의회의 논쟁이 난무하는 속세의 모습과 대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nally, there is an important contrast between the certainty and order of the moral universe and the uncertainty and anarchy of universe of love. (Frank 535)

중간의 사랑의 정원은 종래의 목가적인 분위기로 일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 항시 비극의 잠재성이 존재하는, 한층 더 인간 냄새가 나는 공간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런 서술의 양상을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길 이: 84행 301행 699행

서술구조: 도덕적 서사적, 회화적 극적 대화, 논쟁, 탈격적 문형

공 간: 천상 사랑의 정원 의회장면 속세

<새들의 의회>

그리고 쵸서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항시 객관적 태도를 견지하므로서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한층 더 깊고 넓은 생각을 촉구한다(Lewis 514/ Robinson 310). 초서가 이 작품에서 의도한 바는 무엇일까? 그는 천상의 모습만큼이나 현세적인 모습(bonum in saeculo)에도 애착을 가지고 있고, 이 작품 속에서 그 역시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한 재미를 즐기고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뉜 이야기의 길이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쵸서는 항시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진 부분에 길이를 가장 많이 할애한다. 예를 들어, {선녀전}의 경우 사실 쵸서가 하고자 하는 말은 모두 서시부분에 응집되어 있다. 그러므로 {선녀전}에서 각각의 선녀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진정한 쵸서의 애착을 확인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서시와 본 이야기부분의 길이가 거의 같은 역전된 구조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쵸서는 {새들의 의회}라는 작품에서 의회논쟁 부분에 가장 긴 길이를 할애하여, 가식적이고, 형식에만 치우치는 이기적인 사랑보다는 세속의 사랑이 비록 그 속에 비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속인들의 다양한 사랑 모습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보여준다. 스키피오의 꿈이야기는 이런 쵸서의 생각을 완곡하게 전달하고, 또 그로 인해 지게 될 작가의 의식적 부담을 덜고자 구조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해 볼 때, 이 작품은 구조와 주제가 서술형식을 매개로 하여, 작가의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게, 의식적인 계획 하에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유한대)

◈ 참 고 문 헌

Brewer, D. S. The Parlement of Foulys. Manchester UP, 1972.

Coghill, Nevill. The Poet Chaucer. OUP, 1950.

Cuddon, J. A. A Dictionary of Literary Terms and Theory. Oxford: Blackwell,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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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The Narrative Structure of

The Parliament of Fowls

Kong, Sung-Uk

The objective of this paper is to reveal the relation between the narrative structure and meaning Chaucer expects to show in The Parliament of Fowls. This poem consists of three parts--The Prelude, The Garden and The Parliament and in each scene Chaucer shows us different narrative technique. Some critics criticize this inconsistency in narration as irrelevancy or author's artistic fault. But I think this narrative inconsistency in the poem reflects author's intention that Chaucer thinks proper to show meaning of the poem. He, in each scene, tries different narrative style in each part as an effective way to show his intentional meaning in the poem.

◈ 국문요약

<새들의 의회>에 나타난 서술구조

공 성 욱

한 작가의 한 작품에서 서술구조가 일치되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작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작가의 미숙함을 나타내는 결점으로 작용한다. 쵸서의 <새들의 의회>가 지금까지 그런 평가를 받아 온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세 개의 장면―천상여행, 사랑의 장원, 그리고 새들의 의회―으로 나누어 진행하면서, 각각의 장면에서 저마다 다른 서술형식을 구사한다. 천상여행의 장면에서는 매우 근엄한 도덕적 음성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고, 사랑의 정원장면은 회화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새들의 의회를 목격하는 장면에서는 극적인 대화를 통해 새들이 벌이는 논쟁을 생생히 묘사한다. 이렇듯 짧은 이 시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목소리는 장면과 서술구조를 일치시킴으로써 작가 자신이 의도했음직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의도를 통해서 세속의 사랑에 무한한 애정을 품고, 나아가 인간사 그 자체를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작가의 달관한 모습을 독자는 읽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