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þelian과 Direct Speech의 도입부 동사에 관한 연구*
이 동 일
1. 서론
본 논문에서는 고대영시에서 많이 발생되는 연설 및 대화를 이끄는 도입부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구전문학의 전통을 이어받는 고대영시는 한 특정한 화자 혹은 주요 인물들간의 연설 혹은 대화가 시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에 있어서 연설 혹은 대화를 인도하는 도입부 구성에 있어서 ‘말하다’의 의미를 지닌 일군의 동사들이 극히 기능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베오울프>의 경우 3분의 1이상이 연설과 대화로 이루어졌으며 <The Dialogue of Solom and the Satan>의 경우 두 화자간의 대화로만 구성돼 있어 연설 및 대화의 도입부에 관한 연구는 고대영시 작시법은 물론이고 고대영시의 이해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미비해 왔던 것은 고대영시의 이해에 있어 주요한 요인인 외형과 내형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성경의 기독교 글 문학 전통이 강하게 배어있는 고대영시에서 시의 외형(운율, 어휘의 배치, 상투적 문구의 사용 등)과 내형(주제와 관련된 시어의 내용 등)은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어지는 도입부 동사의 다양한 유형 및 기능에 관한 고찰은 이러한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본 논문에서는 주로 외형적인 측면에 치중하여 도입부에서 사용된 다양한 동사들의 종류 및 그 유형에 대해 분석하며 특히 영웅주의 도덕율을 품고 있는 영웅시를 중심으로 극히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고대영어 maÞelian(to speak, make a speech)의 용도 및 역할에 대한 연구를 하고자 한다.
2. 도입부 동사의 분류, 기능 및 유형
고대영시에서 자주 사용되는 연설의 도입부는 다른 시기의 영시작시법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로써 시인의 시작술 및 의도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도입부라함은 작품 진행 도중에 특정한 화자(speaker)의 말이나 연설(speech)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누구가 말을 했다 (X spoke)'의 의미를 지닌 구절을 의미한다. 물론 현대영어 구문에서도 직접화법 다음에 ’그는 말했다(he said)'등의 구문이 등장하지만 고대영시에서 사용되는 도입부는 연설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삽입되며 대부분의 경우 단문이나 단편적인 내용이 아닌 충분한 내용을 담은 말이나 연설(Direct Speech)을 주관한다. 또한 연설이 진행되기 전에 ‘누가 말했다’의 구절이 예외 없이 반복되는 것은 고대영시가 일정한 격식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상투적 문구(formula)를 주된 요소로 사용하는 고대영시 작시법에 충실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도입부는 ‘말하다’의 의미를 지닌 동사에 의해 통제되는 경우와 ‘말하다’의 뜻은 아니지만 speech를 이끄는 또 한 부류의 동사, 예를들면 ‘대답하다(answer)’, ‘질문을 던지다(ask)’ 등에 의해 성립되는 경우가 있다.
각 동사의 의미는 BT, Clark Hall‘s A Concise Anglo-Saxon Dictionary, Klaeber's Glossary, Sweet's Anglo-Saxon Dictionary에 의존하고 있음.
2.1. 직설적 의미를 지닌 동사군
다음의 보기는 ‘말하다’의 의미가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로써 서로간에 동의어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① cweÞan: 'to say, speak' 예문: Ælfwine þa cwæð, (Battle of Maldon: 211)
② gieddian: 'to speak formally(Clark Hall), sing, recite, speak, discuss' 예문: Ongan þagyddigan þurh gylp micel, 'then began to speak through great pride'(Cd. 205; Th. 253, 21)
③ hleoðrian: 'to sound, speak, sing' 예문: Ic gehyrde þæt hit fleoðrode, 'I heard that it uttered a sound' (The Dream of the Rood: 26)
④ (ge)mælan: 'to speak, talk' 예문: wiga wintrum geong, wordum mælde, ‘warrior young in years made speech in words' (Battle of Maldon: 210)
⑤ maþelian: 'make a speech' 예문: Unferð maþelode, Ecglafes bearn, 'Unferth, son of Ecglaf made aspeech' (Beo: 499)
⑥ secgan: 'to say, mention, ascribe' 예문: Spræc ða ides Scyldinga, 'The lady of Scyldings spoke' (Beo: 1168)
⑦ sprecan: 'to speak, say, utter' 예문: word æfter spræc (Beo: 675)
⑧ tellan: 'to tell, state, announce, relate' 예문: Dauid tealde his ungelimp, and hu hehine gebæd to Gode (Ps. Th. 34)
⑨ ðingian: 'to ask, speak, talk, harangue' 예문: on swa geongum feore guman þingian, 'at so young age man make speech' (Beo: 1843)
2.2. 우회적 표현을 지닌 동사군
다음의 도입부 보기는 ‘말하다’의 의미가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Direct Speech를 주도하며 ‘말하다’의 우회적 내지 은유적인 표현들을 품고 있는 동사군 들을 나열한 것이다.
⑩ andswarian: 'to answer' 예문: Him se yldesta andswarode, 'the eldest answered him' (Beo: 258)
⑪ brecan: 'to break, burst' 예문: hine fyrwyt bræc, 'broke him question' (Beo; 232, Elene: 86, Christ: 1055, Wandere: 13-14, Andreas: 1570)
⑫ fricgan: 'to ask, inquire, learn' 예문: æfter æþelum frægn, 'asked for lineage' (Beo: 332)
⑬ onbindan: 'to loosen, unbind, disclose' 예문: Unferð maþelode, ---- onband beadurune, 'Unferth spoke---he unbound battle-secrets' (Beo: 449-501)
⑭ onlucan: 'to disclose, unlock' 예문: Him se yldesta --- wordhord onleac, 'the eldest --- unlocked word-hoard, (Beo: 258-259, Widsith: 1)
⑮ onspannan: 'to open, unfasten, unbind, disclose' 예문: ferðlocan onspeon, 'opened the chest of thought, (Juliana: 79)
2.3. 도입부의 길이와 역할
또한 고대영시는 다양한 길이의 도입부를 사용하는데 도입부의 기능 및 역할에 따라서 짧게는 1행으로 끝나는 경우와 2행 이상 최고 7행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자세한 논의는 논문의 중반부에서 계속됨).
(a)도입부가 1행으로 끝나는 경우:
(3-1) Offa gemælde, æscholt asceoc ‘Offa spoke, he shook ash-spear’ (Battle of Maldon: 230) 이 경우 ‘말하다’의 의미를 지닌 도입부 동사 gemælde가 들어있는 행을 제외하고 일체의 부수적인 구문이 삽입되지 않고 곧바로 Direct Speech가 따른다.
(b)도입부가 2행 이상인 경우:
(3-2) Unferð maþelode, Ecglafes bearn,
þe æt fotum sæt frean Scyldinga,
onband beadurune; wæs him Beowulfes sið,
modges merefaran, micel æfþunca,
forþon þe he ne uþe, þæt ænig oðer man
æfre mærða þon ma middangeardes
gehede under heofenum þonne he sylfa: (Beo: 499-505)
많은 경우 도입부에서는 시인의 의도가 크게 개입되지 않고 주로 객관적 사실의 묘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나 이 경우(3-2) 운페르드의 내적 심리상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묘사하고 있어 시인의 의도을 엿볼 수 있는 주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들(덴마크인들)이 격퇴하지 못한 괴물을 물리치겠다고 나타난 외부인 베오울프에 대한 시기 및 질투의 감정을 시인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3-1)의 경우에서는 시인의 주관적인 견해가 개입되지 않고 곧 바로 화자의 말이나 연설이 전개되는데 반해 (3-2)에서는 화자가 아닌 시인(제 3자)의 주관적 견해가 강하게 배어있다. 즉 도입부에서부터 어떤 내용의 대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암시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선입감을 품게되며 결과적으로 자의적 해석의 한계에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3-2)의 경우는 도입부가 단순히 Direct Speech를 인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화자의 성격에 대한 논평을 가함으로써 의미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2.4. 도입부 동사의 반복과 그 역할
다음으로 고려되어야 할 도입부의 형태는 도입부 내에 소위 ‘말하다’의 의미를 지닌 동사의 횟수에 관련되며 그 동사들 사이의 의미의 중복관계를 중심으로 단순한 반복인지 아니면 새로운 의미를 첨가해서 의미의 세분화를 기하는 것인지를 분석하는 일이다. 만일 동사의 의미가 중복되었다면 이는 고대영시 작시법의 주요한 요소인 동격의 사용과 일치하며 결과적으로 도입부의 설정에 있어서도 동격(apposition)을 이용한 시작술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입부 동사들 사이의 미묘한 의미 차이는 philology에 입각하여 계속 전개 됨).
(a) 도입부에 ‘말하다’ 내지 이에 상응하는 의미를 지닌 동사가 1회 나타나는 경우:
(4-1) Offa gemælde, æscholt asceoc, ‘Offa spoke, he shook ash-spear’ (Battle ofMaldon: 230)
(b) Direct Speech를 이끄는 동사가 2회 나타나는 경우:
(4-2) Elene maþelode, ond for eorlum spræc (Elene: 332), Elene maþelode him onandsware (Elene : 642)
(c) Direct speech를 이끄는 동사가 3회인 경우:
(4-3)wiga wintrum geong, wordum mælde,
Ælfwine þa cwæð, he on ellen spræc: (Battle of Maldon: 210-211)
[a warrior young in years made speech in words, then Alfwin talked, he spoke with valour]
(4-2)의 경우 ‘격식을 갖추어 말하다(to make a formal speech)’의 뜻이 maþelode에 포함된 경우를 제외하면 도입부에 사용된 maþelode는 spræc와 ‘말하다(to speak)’의 뜻에서 의미상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반복은 불필요한 의미의 중복으로 간주할 수 있겠지만 고대영시 작시술에서 내형(시의 내용) 못지 않게 중히 여겨지는 외형(주로 운율)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반복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고대영시에서는 중간휴지(caesura)를 중심으로 두 개의 반행(half-line)이 연결되어 한 행을 이룬다. (4-2)예문의 경우 후반부 반행 ond for eorlum spræc에서 spræc가 빠지게 되면 for eorlum 만으론 완전한 반행을 구성할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4-2)의 중복형은 청각에 호소하는 구전문학의 영향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다.
(4-3)의 경우 Direct Speech가 전개되기 전에 나타나는 세 동사(mælde, cwæð, spræc)는모두 ‘말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 해석에 의하면 ‘엘프위네는 말했다- 말했다- 말했다’ 와 같은 의미의 단순반복 형태를 취하게 된다. 현대적 시작법의 관점에서 보면 별다른 효과없이 반복되는 시어의 진부한 나열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4-2)예문에서 보여지는 운율상의 중요성과 영웅주의 도덕율을 배경으로한 이 영웅시의 내형과 외형의 유기적 상관관계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의미 반복의 필요성을 수긍하게 될 것이다.
<몰든의 전투>는 바이킹 족의 침입에 맞서 싸우는 에섹스 용사들의 장렬한 전사장면을 감동적인 문체로 서술한 영웅시이다. 전투 중 군주 Byrhtnoth가 목숨을 잃게되자 일부 용사들은 전쟁터를 빠져나가고 나머지 용사들은 전의를 상실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충성스러운 용사들은 동료용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감동적인 웅변을 발한다. 이들 중 특히 어린용사 Alfwin의 연설은 코미타투스(comitatus)에 입각한 영웅주의 도덕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향연장의 술자리에서 (군주가 하사한) 술을 들이키면서 우리들이 발했던 말(맹세 또는 호언장담)을 상기하라, 영웅들이 앉았던 그 자리에서 행했던 그 맹세를- 이제야말로 진정한 용기를 지닌 자가 누구인지 입증할 때이니라.’
영웅주의 도덕율은 향연장에서 한 맹세와 전쟁터에서 발휘된 행위의 결과로 입증되기 때문에 시간의 경과를 상정한다. 맹세의 대부분은 위기 상황에서 군주나 집단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이다. 이러한 영웅주의 도덕율은 전술상의 불리한 상황에 관계없이 지켜지게 되며 대부분 목숨을 담보로 한 결의에 기반한다. 이러한 영웅주의의 철학적 기조가 전투의 경험이 많은 노련한 용사에 의해서 발해진 것이 아니고 나이 어린(geong: 'young') 용사 Alfwin에 의해 행해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죽음을 불사하고 끝까지 전투에 임하겠다는 결의와 함께 동료 용사들을 격려하는 Alfwin의 웅변은 감동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용사의 영웅적 진면목을 담고있는 Direct Speech를 인도하는 도입부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입부의 역할에 부응이라도 하듯 시인은 ‘말했다’의 의미를 반복하여 다음에 계속되는 연설의 중대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도입부 세 동사의 의미가 동일하지만 사용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예문에서 cwæð는 독립적으로 사용되었지만 mælde 와 spræc 는 wordum ,ellen과 함께 사용되어 ‘말하다’의 단순 반복을 탈피하여 ‘(영웅적인)말을 말했다’, ‘용기있는 말을 했다’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화자가 행하게 될 말의 중요성이 도입부에서부터 점증적인 의미의 확대와 함께 강조되어지고 있는 경우이다.
위에서 보여진 (4-2)(4-3)의 경우에서는 도입부 동사의 의미가 같거나 비슷한 경우였지만 다음의 경우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4-4) Dunnere þa cwæð, daroð acwehte,
unorne ceorl, ofer eall clypode,
bæd þæt beorna gehwylc Byrhtnoð wrece: (Battle of Maldon: 255-257)
[Dunnere then spoke, he brandished javelin, a plain freeman, called out to all, he bade each of soldiers' should avenge Byrhtnoth.]
위의 예문 (4-4)는 (4-3)과 같이 도입부에 3개의 동사를 품고 있지만 동사들의 의미에 차이가 있다. ‘spoke’, ‘called out’, ‘bade'의 뜻으로 연결되는 이 세 도입부 동사는 각각의 고유한 의미를 지니며 동시에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즉 화자인 Dunnere가 말(연설)을 전하는데(spoke) 의기충천한 ’큰 소리(called out)‘로 동료용사들에게 전사한 군주의 죽음을 복수하자고 ’당부(bade)‘하고 있는 장면이다. Clypode 와 bæd 는 cwæð의 의미를 구체화 시키고 있기 때문에 (4-3)의 예문에서와 같이 동격의 사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영시 작시법의 주요한 요소인 두운(Alliteration)이 (4-3)의 예문에서는 도입부 동사를 중심으로 성립하지 않고 있다. (4-3)의 예문 2행에서의 두운은 wiga, wintrum, wordum과 Ælfwine, ellen에서 성립이 되고 도입부 동사인 mælde, cwæð, spræc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반면(4-5)에서는 도입부의 동사 셋이 모두 두운으로 구성돼 있다(cwæð acwehte, ceorl clypode, bæd beorna Byrhtnoð). 두운의 존재와 부재는 (4-3)와 (4-4)에서 공히 사용되는 cwæð와 도입부의 다른 동사 사이의 동격여부와 상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4-3)의 cwæð는 도입부의 다른 동사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 동격에 의한 도입부의 강조 효과를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4-4)에서 보여지는 두운을 통한 운율상의 강조까지 의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2.5. 도입부 동사와 상투적 문구
위에서 보여지는 도입부 동사의 중복의미와는 달리 ‘말하다’의 뜻을 지닌 도입부 동사가 ‘말’ 의 의미를 지닌 명사 word 와 함께 사용되어 상투적 문구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투적 문구로 사용된 도입부 동사의 예는 다음과 같다:
(5-1) wiga wintrum geong wordum mælde (Battle of Maldon: 210)
(5-2) wordum mælde (Beo: 1841)
(5-3) gearo and geornful: gylpwordum spræc (Battle of Maldon: 274)
(5-4) þa word sprecan (TheDream of the Rood: 27)
(5-5) þa word acwæþ (Cd. 188; Th. 233, 25)
Word+sprecan, cweþan, mælan은 고대영시에서 상투적 문구를 형성하며 자주 나타난다. 이 문구는 ‘말을 말했다’라는 매우 어색한 표현을 지니게 되지만 많은 경우 중복의 의미를 지닌 명사형 ‘word(말)'의 w음가가 두운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반복의 형태를 탈피하여 두운을 통한 강조용법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영웅시에서의 ’말‘은 그 함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향연장 혹은 전투현장에서 토한 용사의 맹세―예문(5-3)의 gylpwordum (vaunting words)과 같은―는 영웅주의 사회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더욱이 그 맹세가 실재 전투현장에서 행동으로 실현되었을 때 맹세를 행한 그 용사는 진정한 영웅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말고 행동의 일치- 이는 영웅주의의 불변의 도덕률이 되므로 맹세인 ’말‘은 반복해서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특히 ’말을 말했다‘라는 표현이 영웅시(Beowulf, Battle of Maldon)를 중심으로 자주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영웅주의 도덕율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3.1. Maþelian의 의미
Maþelian은 의미 및 용도 면에서 다른 도입부 동사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영웅시 내지는 영웅적 업적을 다룬 작품에서 두드러지는데 크게 대중성과 공공성 그리고 격식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Maþelian의 주요 의미인 'make a speech, to speak, harangue(말하다, 연설하다, 열변을 토하다)'는 다른 도입부 동사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Gieddian, 'to sing, recite, speak'(BT)과 같은 동사는 BT에 의한 의미 외에도 'to speak formally(Clark Hall: 격식을 갖추어 말하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maþelian의 주요한 의미인 ’make a speech (형식을 갖추어 연설을 행하다)‘의 의미와 일맥상통한 뜻을 품게 된다. <베오울프>의 한 도입부에서는 maþelian과 gieddian이 함께 사용되어 뒤에 따르는 Direct Speech의 중요성을 극대화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1) He þæt ful geþeah,
wælreow wiga æt Wealhþeon,
ond þa gyddodeguþe gefysed,
Beowulf maþelode, bearn Ecgþeowes: (Beo: 628b-631)
[He, slaughter-fierce warrior, took the cup from Wealhtheow, and then gave voice, made eager for war]
위 예문에서 gyddode나 maþelode는 별다른 의미의 차이 없이 ‘gave voice' 와 ’made a speech'의 뜻으로써 동일 의미의 단순반복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만 큰 차이점이 있다면 gyddode가 guþe와 두운으로 연결되는데 반해 주요한 도입부 동사인 maþelode는 다음 반행의 어느 단어와도 두운을 이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Maþelian동사가 도입부의 타 동사와 차이점을 갖는 것은 바로 두운의 성립여부인데 두 영웅시 <베오울프>와 <몰든의 전투>에서는 단 한차례도 두운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두운의 부재는 여러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겠으나 우선 maþelian 동사 자체가 상당히 자율성을 가지며 독자적인 기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Maþelian의 자율성 및 독자성은 그 어원에서도 충분히 입증된다.
Maþelian은 mæðel (an assembly, council, judicial meeting BT) 과 어원이 같으며 이는 다시 어원이 같은 고트어 maþㅣ (assembly, marketplace)이나 maþljan (talk, hold formal discussion)에서 파생된다. 영웅주의 사회에서의 집회 나 회합은 주로 군주와 용사들 사이의 군신 맹약이 행해지는 향연장이 될 것이며 때로는 다수의 용사들이 모여서 전투를 행하는 전쟁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영웅주의 시대를 반영이라도 하듯 영웅시에서는 mæðel을 둘러싼 많은 복합명사들이 등장한다: mæðel-ærn, 'a house of meeting for speaking', mæðel-cwide, 'discourse, converse'(BT), mæðel-hegende, 'holding or addressing an assembly', mæðe-stede, ‘a place of assembly', mæðel-word, 'a word used in a formal address'(BT)
Maþelian 속에 ‘대중이 모인 곳에서 행해지는 연설의 의미’가 다분히 내재해 있음을 어원이나 유사어의 다양한 형태로써 알 수 있는데 이는 영웅주의 철학적 기조와 직결되는 개념이다. 대중성과 공공성은 한 용사의 맹세가 단순히 사적인 장소에서 행해진 것이 아니고 다수의 증인을 상대로 행해지기 때문에 추후 자신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원상으로 봤을 때 그리고 영웅주의 관습을 적용했을 때 maþelian은 영웅주의 도덕관을 포함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능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또한 자율성을 지닌다 함은 다른 도입부 동사와 달리 단순히 ‘말하다’의 개념을 뛰어넘어 ‘대중이 모인 앞에서 일정한 격식을 갖춰 자신(화자)의 결의(사상적기조)를 발하다’와 같은 자체적인 독립된 내용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또한 maþelian은 예외 없이 자동사로 쓰이는데 이는 다른 도입부 동사와 구별이 되며 위에 언급한 자율성과도 연관을 가지게 된다.
'공공장소에서 격식을 갖춰 연설을 하다‘의 의미는 또 다른 동사인 þingian, 'to speak, make an address'(Klaeber), ‘to speak, discourse'(BT)을 들 수 있다. 이 동사 역시 ’회합, 집회‘ 의 의미를 지닌 명사 þing, 'meeting, council, assembly'(Clark Hall)과 어원을 같이하고 있어서 mæðel 과 maþelian의 상관 관계를 연상시키나 용도에 있어서 maþelian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2) on swa geongum feore guman þingian, 'at so young age man make speech' (Beo: 1843)
(3) Iudas hire ongen þingode, cwæð þæt he þæt on gehðu gespræce
ond tweon swiðost, wende him trage hnagre.
Him oncwæð hraðe caseres mæg (Elene: 667-669)
(2) 예문에서 þingian은 Direct Speech 안에서 인용되어지며 (3)에서는 maþelian을 비롯한 다른 도입부 동사들과 같이 도입부를 주관하고 있다. 본 연구자가 지금 까지 읽은 고대영시 중에서 maþelian이 Direct Speech 안에서 사용되는 예를 발견할 수 없었는데 이 점이 þingian과의 커다란 차이점이 아닌가 간주되어 진다. 하지만 þingian역시 maþelian과 같이 도입부 주관동사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이 돋보이며 다른 도입부 동사들과 차이를 이룬다.
3.2. Maþelian의 유형
고대영시에서 maþelian은 일정한 틀을 형성하며 사용되어지는데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은 ‘X maþelode(spoke, made a formal speech), son of Y'이다.
(1) Beowulf maþelode, bearn Ecgþeowes, 'Beowulf, son of Ecgtheow, made a speech' (Beo: 529),
(2) Unferð maþelode, Ecglafes bearn, 'Unferth made a speech, the son of Ecglaf'(Beo: 499)
(1)과 (2)에서는 ’누구의 아들‘이 명시됨으로써 말하는 사람인 화자의 가계나 신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다음의 유형은 speech가 전달되어지는 상대방의 신분과 연관되어 있다.
(3) Wulfgar maþelode to his winedrihtne, 'Wulfgar spoke to his beloved lord'(Beo: 360)
이와 같이 maþelian의 사용에 있어서 화자나 청중의 신분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으며 또 다른 유형은 화자가 연설을 행할 당시의 위치가 자세히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4) Weard maþelode, ðær on wicge sæt, 'The watchman delivered a speech sitting there in his horse' (Beo: 286): 해안경비대장이 말(horse)에 앉아서 말을 전하는 장면.
(5) Unferð maþelode, Ecglafes bearn, þe æt fotum sæt frean Scyldinga, 'Unferth, the son of Ecglaf, spoke, who sat at the feet of the lord of the Scyldings' (Beo: 499-500): 운페르드가 군주 흐로드가르의 발 밑에서 말을 전하는 장면.
maþelian의 또 다른 유형은 화자의 내적 심리상태나 감정 상태와 연관되어 지는 경우이다.
(6) Elene maþelode ond him yrre oncwæð, 'Helen made a speech and, angry, said to them' (Elene: 573)
(7) Iudas maþelode (him wæs geomor sefa), 'Judas spoke, sad at heart', (Elene: 627) 화자의 격분한 상태를 묘사한 이러한 부분에 영웅서사시인 <베오울프>에서 자주 반복되고 있다. 군주 베오울프가 장렬하게 전사하자 위그라프는 완벽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줬던 베오울프의 죽음에 슬픔을 억제하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서 용사다운 기질을 발휘하지 못했던 동료 용사들을 향해 말을 터뜨린다. 이러한 격한 감정이 드러나는 Direct Speech의 도입부에서 시인은 충성스런 용사 위그라프의 슬픈 마음의 상태를 maþelian과 연계한다.
(8) Wiglaf maþelode, Weohstanes sunu, secg sarigferð, 'Wiglaf, the son of Weohstan, spoke out, the man, sad at heart' (Beo: 2862-2863a)
위의 화자의 내적 상태와 달리 maþelian은 화자의 육체적 상태를 묘사하는데도 사용되어지고 있다.
(9) Biowulf maþelode he ofer benne spræc, 'Beowulf made a speech despite his wound' (Beo: 2724)
Maþelian의 또 다른 유형은 도입부에서 사용된 maþelian이 연설의 내용을 암시하는 경우이다. 영웅서사시인 Beowulf는 영웅 베오울프의 영웅적 맹세, 약속 및 결의 등을 자주 되풀이하고 있는데 도입부에 등장하는 maþelian이 Direct Speech 내용을 암시하는 어휘와 함께 사용되어 단순 도입부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화룡과의 결전을 앞두고 베오울프는 비장한 각오로 영웅적인 맹세를 토로한다.
(10) Beowulf maþelode, beotwordum spræc, 'Beowulf made a speech, spoke with words of boasting' (Beo: 2510)
예문의 ‘words of boasting'은 과시욕이 담긴 단순한 허장성세가 아닌 영웅주의의 실천의지를 표방하는 상투적 문구로써 다음에 이어지는 연설이 어떤 내용을 품게될 것인지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3.3. Maþelian과 다른 도입부 동사
Maþelian은 대화나 연설을 이끄는 동사(verbs of speech), 즉 maþelian의 동의어들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동일한 의미의 중복을 뜻하기도 하며 때론 의미의 세분화를 뜻하기도 한다. Maþelian과 이의 동의어 secgan, sprecan, cweðan들을 동격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매우 미비한 상태이다. Maþelian이 광의의 의미에 있어서는 다른 도입부 동사들과 동격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으나 때론 문맥의 상황에 따라 별개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1) Byrhtwold maþelode, bord hafenode,
se wæs eald geneat, æsc acwehte:
he ful baldlich beornas lærde: (Barttle of Maldon: 309-311)
[Byrhtwold spoke, he raised shield, he was an older retainer, he shook ash-spear. He courageously instructed the men]
이 경우 lærde는 ‘instructed'의 뜻으로서 maþelode와 차별화 된 의미를 지니지만 ’말하다‘의 간접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동격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단순한 동격의 역할을 벗어나 maþelode의 의미를 보강하고 있다. 군주인 Byrhtnoth가 전사하고 동료 용사들이 전의를 상실하자 늙은 용사인 Byrhtwold는 “우리의 힘이 약해질 때 우리의 심장과 마음은 더욱 담대하고 강건해져야 하며 용기는 더욱 굳세져야하느니라...”라는 취지의 연설로 동료 용사들이 취해야 할 정신자세에 대해 교훈적인 지침을 전달하고 있는 장면이다. 즉 정신무장을 강화하는 연설의 내용이 도입부에서 암시되고 있으며 동시에 maþelode의 뜻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서도 maþelode는 여전히 도입부의 주관동사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lærde 동사가 두운을 형성했다면(두운은 baldlich, beornas에서 이루어짐) 그 비중은 한층 증대되었을 것이다.
(2) Byrhtnoð maþelode, bord hafenode,
wand wacne æsc, wordum mælde,
yrre and anræd ageaf him andsware: (Battle of Maldon: 42-44)
[Byrhtnoth made a formal speech, he raised shield, he shook slender ash-spear, spoke in words, he fierce and single-minded gave them answer.]
(1)의 경우에서와 같이 maþelode 동사가 주관동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내용의 세분화를 꾀하고 있다. 이 부분은 싸우지 않고 공물로써 분쟁을 해결하자는 바이킹 사자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명예스럽게 싸우겠다는 영웅적 결의를 전하는 장면의 도입부이다. Mælde 동사는 maþelode와 ‘말하다'의 뜻에 있어 어원이 같기 때문에 동일 의미의 단순 반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mælde 동사가 상투적 문구인 wordum mælde를 형성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 상투적 문구가 강한 두운(w음가)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단순 반복을 탈피하여 ’말하다‘의 뜻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maþelode 와 spræc: Wealhðeo maþelode, heo fore þæm werede spræc: (Beo 1215) [Wealhtheow made a speech, she said before the companion]
(4) maþelode 와 secgan: Wiglaf maþelode, wordrihta fela sægde gesiðum: (Beo :2631-2632a) [Wiglaf made a speech, said many right words to his companions]
예문 (3)과 (4)는 (1)과 (2)에서 보여지는 강조 효과가 아닌 후반부 반행의 완전한 내용과 고대영시 작시법에서 요구되어지는 운율의 완성을 위해 삽입된 경우이다.
3.4. Maþelian과 대중연설
고대 영시의 한 장르인 비가(Elegy)에서는 maþelian동사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는데 이러한 특징은 영웅시와 큰 대조를 이룬다. 고대영시의 대표적 비가에 속하는 The Wanderer와 Seafarer는 고독한 겨울바다 항해를 통해 깨달은 정신적 자각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비가에서는 항해자인 화자가 홀로 바다를 배경으로 독백을 행하기 때문에 maþelian에서 노리는 대중성과 공공성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무명의 고대시인들은 maþelian 동사의 사용에 있어서 화자와 청중의 관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것처럼 보인다. 비가와 달리 maþelian동사의 사용은 영웅시 또는 여성이 주인공일지라도 남성 못지 않은 업적을 기리는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이러한 대중성을 의식한 maþelian의 용도가 Cynewulf의 Elene에서 돋보인다.
(1) Elene maþelode ond for eorlum spræc (Elene: 332)
[Elene made a speech, spoke before the noblemen]
여기에서는 Helen(Elene)이 천 명에 달하는 현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서 for eorlum (before the noblemen)에서 대중성이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 청중을 상대로한 Direct Speech가 영웅시인 베오울프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된다.
하지만 maþelian이 대중성을 상대로하지 않고 한 사람의 청중을 상대로 할 경우도 있다. (2) Wulfgar maþelode to his winedrihtne, ‘Wulfgar made a speech to his friend and lord (Hrothgar) (Beo: 360)
이 경우 Wulfgar의 대화 상대자는 군주인 흐로드가르 한 사람이기 때문에 maþelian의 대중성 용도와는 무관한 것이다. 화룡과의 사투 끝에 죽음을 눈 앞에 둔 영웅 베오울프는 부하인 위그라프에게 화룡이 간직하고 있던 보물을 가져오라고 당부하는 말을 남긴다. 이 경우도 청중은 위그라프 한 사람이다.
(3) Biowulf maþelode- he ofer benne spræc, ‘Beowulf made a speech, he spoke despite his wound' (Beo: 2724)
도입부의 주관동사 역할을 담당하면서 대중성을 겨냥한 몇 개의 동사가 Beowulf에서 사용되고 있다. 영웅 베어울프가 그렌델 가족과의 전투에서 영예로운 승리를 거두자 덴마크 왕국의 왕인 흐로드가르 왕은 베오울프의 영웅적 업적을 만인 앞에서 공표하며 그에 대한 보상을 발표한다.
(4) Ða se wisa spræc sunu Healfdenes - swigedon ealle, 'Then the wise son of Healfdene spoke, and all were silent' (Beo: 1698b-1699)
Swigedon ealle(all were silent)에서 도입부 동사 spræc의 대중적 용도를 알 수 있다. 대중연설을 인도하는 또 다른 동사로 sægde를 들 수 있다. 영웅 베오울프의 사후 프랑크 족과 프리지안 족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임박하리라는 예견을 담은 한 전령의 말 또한 maþelian 이 아닌 sægde동사에 의해 인도 된다.
(5) ac he soðlice sægde ofer eall, 'but he truly said before all' (Beo: 2899)
<베오울프> 시에 있어서 maþelian의 사용이 시인에 의해 매우 신중히 사용되고 있음이 주인공 베오울프와 그의 첫 번째 접견자인 해안경비대장과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Meþelwordum frægn, ‘asked with speech-words’ (Beo: 236)으로 시작되는 해안경비대장의 첫 번째 발언에 베오울프의 발언 또한 maþelian 동사가 아닌 andswarode(answered)로 인도 된다.
(6) Him se yldesta andswarode,
werodes wisa, wordhord onleac (Beo: 258-259)
[the eldest answered, crew's captain unlocked word-hoard]
계속해서 이어지는 해안경비대장의 두 번째 발언은 maþelian으로 전개 된다. 베오울프의 Direct Speech를 인도하는 도입부에서 보여지는 maþelian 동사의 부재는 두 번째 대화 상대자인 울프가르에서도 반복 된다. 해안경비대장의 경우에서와 같이 울프가르의 발언은 maþelian으로 전개되나 베오울프의 발언은 이번에도 andswarode가 주관 동사 역할을 담당한다.
(7) Him Þa ellenrof andswarode 'then the man renowned in strength answered him' (Beo: 340).
Maþelian 동사의 사용은 베오울프가 덴마크의 왕 흐로드가르 앞에서 행한 연설의 도입부에서 처음 등장한다: Beowulf maþelode (Beo: 405)
베오울프 연설의 도입부에서 maþelian 동사의 사용이 이렇게 지연되는 것은 청중의 크기를 의식한 시인의 의도에 기인한 듯 하다. 해안경비대장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베오울프와 그와 동행한 14명의 용사를 겨냥한 발언이기 때문에 ‘(대중을 상대로) 연설을 하다’의 뜻을 지닌 maþelian의 사용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울프가르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베오울프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대화 상대방은 해안경비대장이나 울프가르 한 사람을 겨냥한 발언이기 때문에 다수의 청중을 상대로 전개되는 maþelian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성과 관련된 maþelian 동사의 사용에 예외가 존재하는데 화룡과의 전투로 치명상을 입은 베오울프가 위그라프에게 남기는 말의 도입부에서 나타난다. 한 사람의 청중임에도 그의 장렬한 연설의 도입부는 maþelian으로 시작 된다.
(8) Biowulf maþelode- he ofer benne spræc (Beo: 2724)
청중의 크기를 의식한 maþelian 동사의 사용은 여주인공 웨알데오우의 발언에서도 극명하게 구분되고 있다. 작품에서 웨알데오우는 두 번의 Direct Speech를 행하게 되는데 베오울프의 경우에서와 같이 처음의 발언을 인도하는 도입부에서는 maþelian 동사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10) Spræc ða ides Scyldinga, 'The lady of Scyldings spoke' (Beo: 1168)
(10) 예문은 주인공 베오울프가 그렌델을 물리치고 벌어진 향연장에서 덴마크의 왕비 웨알데오우가 남편인 흐로드가르 왕에게 행한 말의 도입부이다. 웨알데오우는 남편인 흐로드가르 왕에게 덴마크 왕위 계승권을 꼭 자신들의 아들에게 넘기라고 간곡히 당부한다. 이러한 당부 속에는 자신과 아들들의 미래의 안위를 고려한 웨알데오우의 선견지명이 깃들어 있다. 즉 웨알데오우는 남편인 흐로드가르 왕이 최근에 양아들로 받아들인 베오울프에게 순간적인 감흥에 의해 혹시나 왕위 계승권을 넘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려가 현실로 대두된다면 웨알데오우의 아들들과 예이츠인 베오울프 사이에 왕위계승권을 둘러싼 처절한 분쟁이 발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는 웨알데오우의 말은 왕이자 남편인 흐로드가르의 귀에 은밀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즉 남들이 들어서는 안되는 극히 사적인 발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웨알데오우의 두 번째 연설과 도입부는 첫 번째와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11) Wealhðeo maþelode, heo fore þæm werede spræc, 'Wealhtheow made a speech, she spoke before the companions' (Beo: 1215)
‘향연장의 무리 앞에서(before the company)'라는 구절이 보여주듯이 두 번째 연설은 다수의 청중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연설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이러한 대중성을 명시한 시인의 의도에 회의를 품게 된다. 웨알데오우의 연설은 베오울프의 업적에 대한 찬사, 베오울프로 하여금 자신의 아들들을 잘 돌보아 달라는 당부, 그리고 더 많은 보물을 하사하겠다는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베오울프 한 사람을 겨냥한 연설인 것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연설의 숨겨진 의미를 포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웨알데오우는 첫 번째 연설에서 흐로드가르로 하여금 베오울프와 맺은 양자관계를 무시하고 왕위상속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유하지만 두 번째 연설에서는 이러한 양자관계를 공공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베오울프로 하여금 새로 성립된 혈족관계를 깊이 깨닫게 하여 자신의 두 아들을 잘 대해주라고 만인 앞에서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공공연한 청원은 덴마크 궁궐 내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반역에 대한 경고의 효과도 지니고 있다. 즉, 용맹무쌍한 베오울프가 두 아들을 돌보고 있으니 두 아들을 제거하고 왕위찬탈을 노리려는 야심을 버리라는 엄중한 경고를 향연장에 모인 덴마크 용사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공공장소의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웨알데오우의 이러한 의도는 ’공공연설‘을 암시하는 maþelian 동사의 사용과 함께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4. 결론
고대영시 도입부에서는 Direct Speech를 인도하는 다양한 동사들이 사용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동사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유형 또한 주어진 문맥의 상황에 따라서 여러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고대영시 작시법의 특징이 되고 있으며 또 다른 작시법인 두운이나 동격 그리고 상투적 문구의 사용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고대영시의 내형인 주제나 시어의 의미 파악과도 Direct Speech는 연관이 되어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도입부의 역할 및 기능에 관한 고찰은 작시법을 포함한 고대영시의 총체적 이해를 위해 필수적 작업으로 간주되어진다.
고대영시에 있어서 특히 <베오울프>의 경우, 에피소드의 잦은 출현으로 인해 이야기의 진행이 지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Direct Speech를 인도하는 도입부 역시 반복된 상투적 문구를 많이 품고 있기 때문에 일면 이야기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 의하면 도입부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동사들은 다양한 유형의 변화를 통하여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있다. 도입부 동사는 때론 두운이나 동격과 결부하여 강조의 효과를 노리기도 하며 때론 도입부 내에 화자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구절을 포함하기도 한다. 또한 maþelian 동사의 경우에는 공공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대중연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행해지는 영웅적 맹세에 매우 적합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웨알데오우의 두 번째 연설의 도입부는 공공성과 결부된 maþelian 동사의 용도를 입증해 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여타 도입부 동사 중에서 특히 maþelian 동사는 시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다양한 maþelian의 유형에서 그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maþelian 동사는 (1) 화자나 상대방 대화자의 신분을 명시하는 내용과 연관을 지니며 (2) 화자의 물리적 위치를 규명하는 구절과 연관을 지으며 (3) 화자의 내적 심리적 상태를 규명하는 구절과 연관을 지으며 (4) 화자의 육체적 상태를 나타내는 구절과도 연관을 갖는다.
본 연구에서 maþelian 동사를 중심으로 한 도입부 동사에 관한 다양한 분류 및 역할 등에 관한 고찰을 시도했지만 여러 면에서 미비한 점이 많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도입부에서 두 개 이상의 다른 동사가 사용될 때 주관동사를 규정하는 작업이 심도 있게 진행되지 못했으며 두운에 관한 분석 역시 부족했다. 또한 maþelian 동사와 의미 및 용도 면에서 비슷한 þingian 및 mælan에 관한 고찰이 충분히 진행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끝으로 본 연구에서 일관되게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도입부 동사의 연구를 통한 고대영시의 외형과 내형의 유기적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이었음을 밝히고 싶다.
(한국외국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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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A Study on Maþelian and Verbs Introducing Direct Speeches
Dongill Lee
This paper deals with the mode and function of verbs introducing Direct Speeches in Old English Poetry. One of the characteristic features in Old English Poetry is the use of Direct Speeches. And those Direct Speeches are introduced by a series of verbs meanings 'spoke, talked, made a speech'. The importance of Direct Speeches is well proved in the poem Beowulf, in which upwards of 1300 lines are taken up with speeches. Despite such an importance in Old English Poetry, scholarly research has been focused on Direct Speeches, not on the verbs introducing Direct Speeches. In Old English Poetry the formal character of the speeches is accentuated by the manner of their introduction. Of those verbs introducing Direct Speeches maþelian is discussed in detail in connection with heroic poems. Most frequently the verb maþelode (spoke, made a speech) is employed, either in set expressions occuring with the formula-like regularity. Maþelian shares the same root as mæþel, which has the meanings 'assembly, council, judical meeting, speech, harangue, conversa- tion'. Bearing such an etymological connotation I have proved that maþelian is characterized by its frequent use in public speech with a high degree of formality in Old English Poetry. With regard to public meetings, speeches made there may be assumed to be formal and to have eloquence and ceremonial dignity. The formulaic system that uses maþelode appears in several forms in Old English Poetry. With regard to the mode of maþelian, maþelode in Beowulf is widely used to identify (1) the speaker (2) the audience (3) the location of the speaker (4) the state of mind of the speaker (5) the physical state of the speaker and (6) the contents of the speech.
Also I have shown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mode of verbs introducing Direct Speeches and other features used in Old English composition such as alliteration and apposition.
◈ 국문초록
Maþelian과 Direct Speech의
도입부 동사에 관한 연구
이동일
구전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고대영시는 청중의 청각에 호소하는 작시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의 두드러진 요소가 다름아닌 연설(Direct Speeches) 혹은 대화의 빈번한 등장이다. 영웅서사시 베오울프의 경우 3분의 1 가량이 연설과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The Dialogue of Solom and the Satan 의 경우에는 두 화자간의 대화로만 구성돼 있어 speech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연설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연설 혹은 대화를 이끄는 도입부 또한 다양한 형태로서 역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입부의 다양성은 먼저 도입부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동사의 종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크게 두 부류의 동사군을 분류하였다: (1) ‘말하다’의 뜻을 명시적으로 품고 있는 cweþan 같은 동사군과 (2) ‘말하다’의 뜻을 우회적 내지 은유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는 onspannan(to open, disclose)과 같은 동사군이다. Direct Speech를 이끄는 도입부는 그 역할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입증하고 있다: (1) 의미가 비슷한 도입부 동사의 반복을 통하여 Direct Speech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2) 의미가 다른 도입부 동사의 반복을 통하여 Direct Speech 이전의 도입부에서부터 일종의 긴장감을 조성시키며 (3) 다른 작시법 예를 들며 두운이나 동격과 연계하여 고대영시의 외형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4) 단순한 도입부의 역할을 넘어서 성격묘사 등과 같은 고대영시의 내형과 관련되는 내용을 품기도 한다.
도입부
동사의 하나인 maþelian은
그 용도와 기능면에서 다른 동사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연설을 행하다’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maþelian
동사는 베오울프나 몰든의
전투와
같은 영웅시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웅적
맹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Direct Speech의 도입부에서 maþelian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영웅주의 사회의 독특한 사회규범을 예술적 기교를 통하여
승화시키려는 시인의 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평화시에
향연장에서 발해지는 용사의 맹세는 전투에서 행해진
실재 행동과의 일치로써 빛을 발하게 된다. 말과 행동의
일치, 군주에 대한 충성 등은 영웅주의 사회의 도덕율이며
이러한 철학적 기조를 간파한 시인은 maþelian을
통하여 자신의 의도를 십분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즉, maþelian은
다른 도입부 동사에 비해 그 기능이 훨씬 심화돼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