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ers     
                        2조 (김남원, 김민정, 유희종, 한연주, 허기열)

“자, 꼬마야," 맥스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뭐라도 지껄여보지 그래?"
"무슨 일로 이러시는 거죠?"
"이봐, 앨," 맥스가 불렀다. "똑똑한 꼬마가 무슨 일인지 알고 싶대."
"네가 직접 말하면 되잖아." 주방에서 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넷 생각엔 무슨 일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맥스는 얘기하는 내내 거울을 보고 있었다.
"말 안할래요."
"이봐, 앨, 똑똑한 꼬마가 대답도 안 하겠대."
"다 들려, 알았어." 앨이 주방에서 말했다. 그는 접시가 주방으로 운반되는 틈을 케찹병으로 받쳐 열어두었다. "잘 들어, 꼬마야." 그가 주방에서 조지에게 말했다. "바 저쪽으로 좀 더 가. 맥스 넌 왼쪽으로." 그는 마치 단체사진의 구도를 잡는 사진작가 같았다.
“말해봐, 꼬마야." 맥스가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말해주지." 맥스가 말했다. "우리는 스웨덴 놈을 하나 죽일거야. 올 앤더슨이라는 덩치 큰 스웨덴 놈 알지?"
"네."
"그 놈 매일 저녁 먹으러 여기 오지?"
"가끔이요."
"매일 6시에 오잖아, 그렇지?"
"오면요."
"우린 다 알고있어, 꼬마야." 맥스가 말했다. "다른 얘기나 하지. 영화는 좀 보러 다니냐?"
"어쩌다 한번이요."
"영화를 더 많이 보라구. 너같은 똑똑한 꼬마한테 좋을 테니까."
"무엇 때문에 그를 죽이려고 하세요? 그가 당신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나요?"
"그놈은 무슨 짓을 할 기회도 없었지. 그는 우리를 본 적도 없거든."
"그리고 그 놈은 우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되겠지." 앨이 주방에서 말했다.
"그러면 왜 그를 죽이려고 하세요?" 조지가 물었다.
"한 친구를 위해서지. 단지 그 친구를 위해서야, 꼬마야."
"닥쳐." 앨의 목소리가 다시 주방에서 들려왔다. "제길, 넌 너무 말이 많아."
"아니...난 이 꼬마를 즐겁게 해줘야 하는걸, 그렇지 꼬마야?"
"글쎄 좀 닥치라니까." 앨이 말했다. "검둥이 자식과 이쪽 꼬마도 자기들끼리 재밌어하잖아. 내가 그녀석들을 수녀원에 있는 계집애들처럼 얌전하게 묶어놨지."
"꼭 네가 수녀원에 있었던 것처럼 얘기하는데?"
"네가 그런 걸 알 턱이 없지."
"너 유태인 수녀원에 있었잖아. 그곳이 네가 자란 곳이지."
조지는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누구든 오면 요리사가 쉬는 날이라고 말해. 그리고 끈질기게 캐묻거든 네가 들어가서 요리해 주겠다고 해. 알아들었지, 똑똑한 꼬마?"
“알겠어요.” 조지가 말했다. “그 후에는 우리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두고 봐야지.” 맥스가 말했다. “그것도 지금은 모를 일이야.”
조지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6시 15분이었다. 길 쪽으로 난 문이 열렸다. 한 마을전차 운전사가 들어왔다.
“이봐, 조지.” 그가 말했다. “저녁 먹을 수 있어?”
“샘은 외출했어요.” 조지가 말했다. “삼십분쯤 뒤에나 올 거에요.”
“길 위쪽으로 가는 편이 낫겠네.” 그 운전사가 말했다. 조지는 시계를 보았다. 6시 20분이였다.
“잘했어, 꼬마.” 맥스가 말했다. “너는 진짜 젊은 신사 같았어.”
"그녀석 내가 머리통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앨이 주방에서 말했다.
“안 돼.” 맥스가 말했다. “그럼 안 되지. 꼬마는 착해. 좋은 녀석이라구. 난 이녀석 마음에 들어."
6시 55분이 되자 조지가 말했다. "그는 안 오려나 봐요."
다른 두 사람이 가게에 왔었다. 한 번은 음식을 가지고 가고 싶어하는 남자가 있어, 조지가 햄과 계란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주방에 들어갔다가 엘을 보게 되었다. 그는 중산모를 뒤로 비스듬히 쓰고 총구 부분을 짧게 개조한 엽총을 선반에 기대어 둔 채, 식당과 연결된 쪽문 옆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놓고 앉아있었다. 닉과 요리사는 구석에 등을 맞대고 있었는데, 각각 입에는 수건이 물려 있었다. 조지가 샌드위치를 요리했고, 유산지로 포장해 종이봉투에 넣어 가지고 나가자 남자는 계산을 하고 떠났다.
"똑똑한 꼬마는 못하는게 없네," 맥스가 말했다. "요리도 하고 뭐든 다 해. 나중에 좋은 마누라를 얻겠는데."
"네?" 조지가 말했다. "당신 친구요, 올 앤더슨씨, 안 오려나 본데요."
"10분만 더 기다려 봐." 맥스가 말했다.
맥스는 거울과 시계를 차례로 쳐다봤다. 시계바늘이 7시 정각을 가리켰고, 곧 7시 5분이 됐다.
"이봐, 앨," 맥스가 말했다. "그만 가는게 낫겠어. 이놈, 오늘은 안 오려나 봐."
"5분만 더." 엘이 조리실에서 말했다.
5분 동안 한 손님이 더 왔고, 조지는 요리사가 아프다고 했다.
"그럼 다른 요리사를 안뽑고 뭐하는 거야?" 그 남자가 말했다. "장사 안 할 거요?"
"앨, 그만 가자." 맥스가 말했다.
"꼬마들하고 검둥이 놈은 어쩌고?"
"걔들은 괜찮아."
"그럴까?"
"그럼, 우리는 일을 잘 끝냈어."
"마음에 안들어." 엘이 말했다. "뭔가 찝찝해. 넌 너무 말이 많아."
"이런 제길," 맥스가 말했다. "우리는 즐길 필요가 있었다구, 그렇지?"
“넌 너무 말을 많이 해, 어쨌거나." 앨이 말했다. 그는 주방에서 나왔다. 지나치게 꽉 끼는 외투의 허리춤 아래로 총신을 짧게 한 엽총이 툭 불거져나왔다.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잘 있어라, 똑똑한 꼬마야." 그는 조지에게 말했다. "넌 아주 운이 좋은 거야."
"그렇고말고." 맥스가 말했다. "똑똑한 꼬마, 경마에 돈이라도 걸어보는 게 어때?"
둘은 문을 나섰다. 조지는 창문 너머로 그들이 가로등 밑으로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을 보았다. 꽉 끼는 외투와 중절모는 그들을 희극배우처럼 보이게 했다. 조지는 문을 열고 주방으로 가서 닉과 요리사를 풀어주었다.
"이런 일을 또 겪고싶진 않아." 요리사인 샘이 말했다. "더는 싫어."
닉이 일어섰다. 한번도 수건 따위를 입에 물려본 적 없던 그였다.
"허." 그가 말했다. "이게 무슨 개같은 일이야?" 그는 괜시리 큰소리치며 괜시리 태연한 척했다.
"그들은 올 앤더슨을 죽이려던 거였어." 조지가 말했다. "밥 먹으러 왔을 때 그를 쏘려고 했던 거야."
"올 앤더슨을?"
"그렇다니까."
요리사는 엄지로 그의 입가를 쓸어내렸다.
"그 사람들 다 갔나요?"
"응." 조지가 말했다. "이제 없어."
"맘에 안들어요." 요리사가 말했다. "정말 맘에 안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