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이론과 실재

2009 Spring

Group 1(이정심, 김정현, 김수진, 박단비, 유혜원)

<킬러>

헤밍웨이 作

헨리스 식당 문이 열리자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들은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뭐 드실래요?” 조지가 물었다.

“글쎄, 모르겠네. 엘, 너는 뭘로 할래?” 그 중 한 남자가 말했다.

“모르겠어, 뭐가 먹고 싶은지…” 엘이 말했다.

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창을 통해 가로등 불빛이 들어왔다. 카운터의 두 남자는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카운터 반대편에 앉은 닉 아담스가 그들을 보았다. 그는 두 남자가 들어올 때부터 조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애플 소스를 얹은 구운 돼지고기 안심과 으깬 감자로 하겠소.” 첫 번째 남자가 말했다.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요.”

“그럼 대체 이걸 왜 여기 써놓은 거요?”

“그건 저녁 메뉴라서 6시 이후부터 가능해요.” 조지가 말했다.

그는 카운터 뒤 쪽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지금은 5시에요.”

“5시 20분이잖소.” 다른 남자가 말했다.

“저 시계는 20분 빠르거든요.”

“에잇, 저 망할 놈의 시계.” 첫 번째 남자가 말했다. “그럼 뭘 먹을 수 있는거요?”

“샌드위치 종류는 다 돼요. 햄계란, 베이컨계란, 간과 베이컨, 아니면 스테이크.”

“치킨 크로켓에 완두콩하고 으깬 감자와 크림소스 주시오.”

“그것도 저녁 메뉴에요.”

“우리가 원하는 건 다 저녁 메뉴구만, 거 장사 참 잘하네.”

“햄 계란, 베이컨 계란, 간과 베이컨 샌드위치는 드릴 수…”

“햄 계란 샌드위치로 하겠소.” 엘이라고 불리던 사내가 말했다. 그는 중산 모자를 쓰고 가슴을 여밀 수 있도록 단추가 있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작고 희었으며 입은 꾹 다물고 있었다. 그는 실크 머플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있었다.

“나는 베이컨 계란 샌드위치를 먹겠네.” 다른 남자가 말했다. 그 남자는 엘과 체격이 거의 비슷했다. 둘은 생김새가 달랐지만 마치 쌍둥이처럼 옷을 차려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체격에 비해 꽉 끼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카운터에 팔꿈치를 걸친 채 그들은 몸을 앞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앉아있었다.

“마실 건 뭐가 있지?” 엘이 물었다.

“실버 맥주, 베보, 진저에일이요.” 조지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지금 주문할 수 있는 것 말일세.”

“방금 말씀 드린 것 들 인데요.”

“대단한 도시로구만, 이 도시 이름이 뭐지?” 다른 남자가 말했다.

“서밋이요.”

“들어본 적 있어?” 엘이 친구에게 물었다.

“아니.”

“여기 사람들은 밤에 뭘 하지?” 엘이 물었다.

“저녁 먹지. 여기 사람들은 전부 이 곳에 와서 푸짐한 저녁을 먹어.”

“맞아요.” 조지가 말했다.

“정말 맞다고 생각하나?” 엘이 조지에게 물었다.

“그럼요.”

“너 꽤 똑똑하구나. 그렇지?”

“네.” 조지가 말했다.

“아니, 넌 똑똑하지 않아. 안 그래, 엘?” 작은 체구의 남자가 말했다.

“멍청한 놈이지.” 엘이 말했다. 그는 닉에게 돌아섰다. “넌 이름이 뭐지?”

“아담스요.”

“똑똑한 놈 한 놈 더 있네. 얘 정말 똑똑하지 않아, 맥스?” 엘이 말했다.

“이 동네엔 똑똑한 놈들 밖에 없군.” 맥스가 말했다.

조지는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 두 개를 카운터에 내려 놓았다. 그는 감자튀김 두 접시를 내려 놓고 부엌으로 통하는 쪽문을 닫았다.

“어떤 게 당신거죠?” 그가 엘에게 물었다.

“기억 못하나?”

“햄 계란 샌드위치였죠.”

“역시 똑똑하군.” 맥스가 말했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여 샌드위치를 가져갔다. 두 남자 모두 장갑을 낀 채 샌드위치를 먹었다. 조지는 그들이 먹는 모습을 쳐다 보았다.

“너 뭘 보고 있는거야?” 맥스가 조지를 보며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이런 망할. 넌 날 보고 있었잖아.”

“장난이었겠지, 맥스.” 엘이 말했다.

조지가 웃었다.

“넌 웃지마. 절대 웃지 말라고. 알았어?” 맥스가 조지에게 말했다.

“알겠어요.”

“알아들었다는군. 다행히도 알아들었데.” 맥스가 엘에게 돌아섰다.

“거 참 머리 잘 돌아가는 구만.” 그들은 다시 먹기 시작했다.

“카운터 저 쪽에 있는 똑똑한 친구 이름이 뭐였지?” 엘이 맥스에게 물었다.

“어이, 똑똑한 친구.” 맥스가 닉을 불렀다. “자네 친구 좀 데리고 저 쪽으로 가게.”

“왜 그러시죠?” 닉이 물었다.

“그냥 가라면 가게.”

“저쪽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똑똑한 친구” 엘이 말했다. 닉이 카운터 뒤쪽으로 돌아갔다.

“왜 그러시는 거예요?” 조지가 물었다.

“네가 알 바 아니잖아, 부엌엔 누가 있는 거야?” 엘이 말했다.

“검둥이요.”

“검둥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지?”

“음식을 만드는 검둥이 말이에요”

“그에게 들어오라고 하게”

“왜 그러시는 거예요?”

“그에게 들어오라고 해.”

“어디로 들어가라는 거죠?”

“빌어먹을, 여기로 데리고 오라고. 우리가 바보로 보이나?” 맥스가 말했다.

“멍청하긴.” 엘이 말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꼬마와 말씨름을 하고 있나? 이봐, 검둥이에게 이리 좀 나와 보라고 하게” 남자가 조지에게 말했다.

“그에게 뭘 하시려는 건데요?”

“아무것도. 머리를 쓰게, 이 똑똑한 친구야. 우리가 검둥이에게 무엇을 하겠나?”

조지가 부엌문을 열며 말했다. “샘, 이리 좀 와봐.”

부엌문이 열리고 검둥이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시죠?" 카운터에 앉은 두 남자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 검둥이. 거기 좀 서 있어봐." 엘이 말했다.

샘이라 불리는 검둥이는 앞치마를 걸친 채 서서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엘은 의자에서 내려 앉았다.

"난 검둥이와 똑똑한 꼬마를 데리고 부엌으로 가겠어" 그가 말했다. 작은 체구의 남자는 닉과 요리사 샘의 뒤를 따라 부엌으로 걸어갔다. 부엌문이 닫혔다. 맥스는 조지를 마주보고 카운터에 앉았다. 그는 조지를 바로 보지 않고 카운터 뒤쪽의 거울을 통해 쳐다 보았다. 헨리스 식당은 원래 식당이 아니라 술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