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p 4
김유정, 배윤미, 송한아, 정기쁨, 허은지
깨끗하고, 불 밝은 카페
-어니스트 헤밍웨이
밤이 깊었다. 모두 떠난 카페에 한 노인이 전등불 아래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낮 시간에 거리는 먼지
투성이였다. 그러나 밤이 되자 이슬이 먼지에 내려앉았다. 노인은 늦게까지 앉아있길 좋아했다. 그는 귀머거리였지만 지금 이 밤은
고요했고 그는 낮과는 다른 밤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카페 안의 두 웨이터는 그 노인이 약간 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좋은 고객이었지만 만약 그가 너무 많이 취하면 돈을 내지 않고 떠날까봐서 그들은 계속 노인을 주시했다.
"지난주에 저 노인이 자살하려고 했었대." 한 웨이터가 말했다.
"왜요?"
"절망했나봐."
"뭐에 대해서요?"
"별거 아니야"
"별게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돈이 많잖아."
그들은 문가 근처 벽 가까이에 있는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테라스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나뭇잎 그늘에
있는 노인의 테이블 빼고는 모두 다 비어있었다. 한 소녀와 군인이 거리를 지나갔다. 가로등이 그의 옷깃의 놋쇠 계급장을
비추었다. 그 소녀는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고 당시 교양 있는 여자들은 머리에 항상 모자를 썼다. 따라서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것은 창녀를 의미한다. (역주)
그의 옆에서 서둘렀다.
“경비대가 그를 잡아갈 거예요.” 한 웨이터가 말했다.
“다 끝나고 잡아가면 무슨 소용이야.”
“지금 길거리를 떠나는 게 좋을 텐데. 경비대가 잡아갈거라구요. 5분 전에 지나갔어요.”
노인은 어둠 속에 앉아서 유리컵으로 컵 받침대를 툭툭 쳤다. 젊은 웨이터가 다가갔다.
“뭐 드릴까요?"
노인은 그를 바라보았다. "브랜디 더 주시오." 그가 말했다.
"취하실텐데요."
웨이터가 말했다. 노인이 그를 쳐다보았다. 웨이터는 자리를 떠났다.
"저 사람 밤새 여기 있을건가봐."
"졸리는군. 나는 세 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저 노인이 지난주에 자살했어야 하는 건데."
웨이터가 카페 안쪽의 카운터에서 브랜디 병과 또 다른 컵받침을 들고서 노인의 테이블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웨이터는 컵받침을 내려놓고 술잔에 브랜디를 가득 따랐다.
"당신은 지난주에 자살했어야 하는 건데." 그가 귀먹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이 손짓으로 "좀 더 주시오." 라고 말했다.
웨이터가 술잔에 브랜디를 더 따르자 술이 넘쳐 컵을 따라 맨 위에 쌓여있던 컵받침 접시로 흘렀다.
"고맙소." 노인이 말했다.
웨이터는 술병을 다시 카페 안쪽으로 가져갔다. 그는 그의 동료와 함께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그는 이제 취한 거 같아요." 웨이터가 말했다.
"그는 매일 밤 취하는군."
"그가 무엇 때문에 죽으려 했던 거예요?"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가 어떻게 했대요?"
"줄에 스스로를 매달았대."
"누가 줄을 끊어줬는데요?"
"그의 조카딸이."
"그들은 왜 그랬던 거예요?"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영혼이 두려웠던 거지."
“그는 재산이 어느 정도랍니까?"
"많아."
"분명 여든 살은 먹었을 거예요."
"어쨌든 여든은 넘은 것 같군."
“그가 집에 좀 갔으면 좋겠어요. 나는 세 시 이전에 잠들어 본 적이 없어요. 이게 어디 잠자러 가는 시간이예요?"
"그는 밤늦도록 깨어있지. 그가 그걸 좋아하니까 말야."
"외로운 거죠. 나는 외롭지 않아요. 나는 잠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가 있다구요."
"그도 한 때는 부인이 있었어."
"지금 그에게는 부인도 소용없겠어요."
"그렇지 않아, 그에게 부인이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 거야."
"그의 조카딸이 그를 돌보고 있잖아요. 그녀가 목매달았던 밧줄도 끊어주었다면서요."
"그래"
"난 저렇게 늙고 싶지 않아요. 늙은 사람은 정말 구질구질한 존재에요."
"꼭 그렇진 않아. 이 노인은 깔끔해. 그는 술을 흘리지 않고 마시고 있어. 잔뜩 취한 지금도 말야. 그를 봐."
"보고 싶지도 않아요. 나는 그가 집에 가길 바랄 뿐이에요. 저 사람은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않나봐요."
노인은 잔에 투영되는 광장을 바라보다가 웨이터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술 좀 더 주시오."
그가 자신의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서두르고 있던 웨이터가 다가왔다.
"끝."
그는 무식한 사람들이 잔뜩 취한 사람이나 외국인들에게 말하듯이 앞 뒷말을 자르고 말했다.
"한잔 더." 노인이 말했다.
"안 돼. 영업 끝." 웨이터는 테이블 모서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노인은 일어나 천천히 받침접시의 수를 세고는 주머니에서 가죽 동전지갑을 꺼내 술값을 지불하고 팁으로 반 빠세따를 남겼다. 웨이터는 그가 길을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주 늙은 남자는 불안하지만 위엄있게 걸어갔다.
"그가 술을 더 마시게 내버려두지 그랬나?"
서두르지 않던 웨이터가 물었다. 그들은 셔터를 내리고 있었다.
"아직 두시 반도 안됐어."
"전 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
"한 시간이 대수야?"
"저 남자한테는 아니라도 나한테는 중요해요"
"1시간은 다 똑같아."
"당신이 꼭 저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군요. 술을 사서 집에 가서 마실 수도 있잖아요."
"그거랑은 다르지."
"그래요, 그렇긴 해요." 아내를 둔 웨이터가 동의했다.
그는 억지 부리고 싶진 않았다. 그는 그저 서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자네는 어때? 평소보다 일찍 집에 가는 게 두렵지 않나."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아닐세, 젊은이. 그저 농담하는 거라네."
"아뇨." 서두르고 있던 웨이터가 철문을 내리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난 겁날 게 없어요, 모든 것에 자신 있다구요.“
"자네는 젊고, 자신 있고, 직업도 가졌구만." 늙은 웨이터가 말했다.
"자넨 모든 걸 가졌어."
"그렇다면 당신은 뭐가 부족한데요?"
“일 밖엔 없지."
"당신도 내가 가진 모든 걸 가졌어요."
"그렇지 않아, 난 자신감도 없고 젊지도 않아."
"에이, 그만하세요, 농담은 그만두고 문이나 잠급시다."
"난 카페에 오래 있길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지." 늙은 웨이터가 말했다.
"잠자러 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 밤을 밝혀주는 빛을 필요로 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야."
"전 집에 가서 침대에 눕고 싶다구요."
“우린 너무도 달라.” 늙은 웨이터가 말했다. 그는 집에 가기 위해 옷을 입고 있었다.
“젊음과 자신감이 아름답기는 해도, 그것들만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야. 나는 매일 밤 카페를 닫는 게 망설여져. 어쩌면 누군가가 카페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
“세상에. 밤새도록 문 여는 보데가 새벽 내내 문을 여는 술집.
도 있다구요!”
“자네는 이해를 못해. 여긴 깨끗하고 좋은 카페야. 불빛이 잘 들기도 하고. 지금 이 빛은 매우 좋아. 나뭇잎의 그림자도 있고 말이야.“
“안녕히 주무세요.” 젊은 웨이터가 말했다.
“잘 자게나.” 늙은 웨이터가 대답해주었다.
전등불을 끄고, 그는 혼잣말을 계속했다.
빛은 당연히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깨끗하고 쾌적한 것도 중요하다. 음악은 필요 없었다. 음악은 정말 필요 없었다. 이런
시간에 점잔 빼고 바 앞에 서있을 수도 없었다. 뭐가 무서운걸까. 무서운 것도, 불안한 것도 아니었다. 그건 그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허무함이었다. 정말 허무했다. 사람도 허무했다. 어떤 깔끔함이나 질서, 빛 빼고는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 안에
살면서도 전혀 그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그것이 모두 허무이고, 그래서 허무하며 허무하고, 또 그래서 허무하다는
것을 알았다.
허무함 속에 계신 우리 허무함이여. 당신의 이름이 허무하게 빛나시며, 당신의 나라가 허무하며, 당신의 뜻이 허무함에서와 같이
허무함에서도 허무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허무함을 주시고, 저희의 허무함을 저희가 허무하오니 저희 허무함을 허무하시고, 저희를
허무함에 빠지지 않게 허무하시고 허무에서 구하소서. 그래서 허무하리라. 허무함으로 가득한 허무함을 반갑게 맞이하라, 허무함이
그대와 함께 하리니. 그는 웃었다. 그리고 빛나는 에스프레소 커피메이커가 있는 바 앞에 섰다.
"뭘 주문할거요?" 술집주인이 물었다.
"허무." 원문엔 nada 라고 쓰여있다. 스페인어로 허무함, 공허함,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별 미친놈 다 봤네." 원문엔 otro loco mas 라고 쓰여있다. 스페인 욕이다.
술집주인은 이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작은 컵으로 한 잔 주시오." 웨이터가 말했다.
술집주인이 그를 위해 술을 따라주었다.
"불빛도 아주 밝고 좋군. 하지만 이 바는 깨끗하지 않아." 웨이터가 말했다.
술집주인은 그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하기엔 너무 늦은 밤이었다.
"술 한잔 더 할거요?" 술집주인이 물었다.
"됐소." 웨이터는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바와 보데가가 싫었다. 그것들은 깨끗하고 불이 밝은 카페와는 매우 달랐다.
이제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는 집으로 가 그의 방으로 갈 것이다. 그는 결국 아침햇살이 밝아야 침대에 누워 잠들게 될 것이었다. 마침내 그는 혼잣말을 했다. 아마 불면증 때문일 거라고. 많은 사람들도 겪고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