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茶道用心 ... 茶生活의 實際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차생활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그 리고 그 가운데서 차와 호국정신의 일체(一體), 차와 선()의 일체, 차와 실학(實學)의 일체회를 주목하고 아울러 고려자기 이조자기의 아름다움과 일체화되는 이른바, , , 국학 예술, 실학이 서로 접근하면서 하나로 되는 경지를 더듬어 보기도 하였 다. 그러면 이제 실제 차생활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는 그것을 ‘차도용심(茶道用 心)’이라고 한 다. ‘차도용심’이라는 말의 뜻은 차를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자세와 차살림을 하는 방도를 일컫는 것이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하나는 차를 달이는 차구(茶具), , 불은 물론이요, 가장 중추가 되는 차의 맛과 멋에 관련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차를 내어놓는 팽주(烹主)와 그에 웅대하는 팽객(烹客)간의 용심(用心)에 관련된 문제이다.

이제 그것을 우선 차구(茶具)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1.     茶器

 

넓은 뜻의 차기(茶器)라면 차생활에 따르는 여러 가지 도구가 모두 차기에 속할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그 범위를 극히 줄여 차담는 그릇 (차를 간수하는 그릇)과 찻종과 같은 좁은 범위 안에서 그 몇 가지를 들기로 하겠 다.

 

      찻종 (茶鍾)

찻종은 말차(採茶)를 행하는 경우에 쓰이는 차뚝배기와 엽차를 마실 때 사용되는 찻종과는 저절로 달라져 있다. 엽차인 경우에도 극히 세작(細雀)인 경우와 일상으로 쓰이는 왜작(倭雀)인 경우와 또한 그 중간품이라고 할 수 있는 상용 집객 시사용되는 명차(銘茶)의 경우 등등에 따라 자연 달라진다.

또한 그 사용할 때의 경우는 별도로 하더라도 찻종은 그 빛에서 볼 때에는 흰빛, 검은 빛, 푸른 빛 등 여러 가지의 광택을 가진 찻종이 있으며, 큰 중발이나 백합근개처럼 크지 않고 조그맣게 된 것도 있다. 다시 그 잔이 구워진 편으로 볼 때 경질(硬質)의 도료로 된 것이 있는가하면 토기, 뚝 배기처럼 종제기로 된 것도 있다.

하여튼 찻잔은 그 빛깔이 하얀 것이 좋은데, 그 것은 간 맞게 된 차가 그 잔에 부어졌을 때에 찻잔에 어리는 빛이 사람으로 하여금 황홀케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차와 같이 기호의 극과 취미의 특수한 여건 아래에서는 거기에 떠오르는 빛깔(色調)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우리에게 인상을 주게 된 다. 그리하여 이 빛깔에서 향기로 나아가며, 다시 향기로부터 맛으로 전향하는 관계로 차의 선. 불선(. 不善)을 가려내는 데에는 색(),향(), ()가 중 추라 할 수 있 다. 그러므로 이 빛을 감식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그 빛 올잘받는그릇이어야하며, 그잘받는그릇의 빛은백색이 가장선명히 알 려주는 까닭으로 찻종은 흰빛이 가장 좋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말하면 찻종에 담긴 차빛에 있어서도 제일 좋은 것은 녹색이며, 다음은 황색, 그 다음은 붉고, 간장 빛같이 된 것을 최하로 여기고 있다.

 

      차반(茶盤)

차반은 찻종들을 담는 쟁반을 말한다. 이 경우의 쟁반은 목조(木造)에 칠을 한 것이 좋지만 칠을 하지 않아도 땅속에 파묻혀 있던 밤나무나 참나무 등이 오랫동안 지열(地熱)의 영향을 받아 석탄화 하는 과정에 있는 매목(埋木)으로 만들어진 것이 석탄에서 볼 수 있는 광택을 낼 수 있어 가장 좋은 차반이 된다. 화 류나무, 대추나무, 모과나무 등등의 무늬를 살려 이루어진 차반 도 품이 높으며, 다음으로 정교하계 대나무로 만들어진 것도 광택을 낼 수 있고, 대나무로 이루어진 구멍을 메울 수 있는 도료를 한 것이 다음으로 좋 은 인상을 끈다고 하겠다.

 

      처숟가락(茶匙)

차숟가락은 가루차의 경우와 엽차의 경우 자연 달라진다.

가루처(抹茶)의 경우에는 대()를 적당하게 굽혀 차가루를 뜰 수 있게 만든 것이고, 엽차의 경우는 금속으로 된 것, 화류나 대추나무 등으로 만들어 진 숟가락을 시용하기도 한다.

 

      약탕관(藥湯鏞)

이 약탕관은 흔히 우리들이 말하는 차주전지를 가리킨다. 이 차주전자는 흙으로서 이루어진 질주전자와 유기주전자, 금속으로 된 쇠주전자, 구리주 전자, 은주전자, 금주전자 등이 있어서 그것이 만들어진 재료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실용적인 것은 질단지, 쇠주전자, 구리주전자가 좋다. 쇠주전자나 구리주전자는 녹이 슬기 쉬우므로 이것을 쓰는 데는 녹이 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녹이 잘 슬지 않는 사기로 된 주전자나 유기주전자 등 이 가장 실용적이며, 은주전자와 같은 것은 사치스러운 편에 든다고 하겠다. 어쨌든 차주전자는 그 안에서 물끓는 소리가 가장 맑고 맑으면서도 운치 있고, 청아한 소리를 내면서 물끓는 공용(功用)을 하는 것이 더욱 좋은 것이라고하겠다.

 

 

      차정(茶鼎)

치솥은 많은 사람이 있는 경우 많은 탕수(湯 水)를 필요로 할 때와 특히 적은 인원일지라도 차례(茶禮) 의식을 행할 경우 시용되는 것이니, 곱돌로 이루어진 것을 석정(石鼎)이라 하고 금속으로 된 것을 쇠솥이라 한다.

여하튼 솥인 경우에는 솥뚜껑이 있고, 그 안에서 좋은 솔바람 (松風)과 회우(檜雨)가 나면서 솥 안의 물이 끓을 때 순숙(醇 熟)에까지 이르나, 약탕관의 경우와 같이 결숙(結熟)이나 경숙(經熟)은 곤란하다. 솥 안의 끓는 물을 길어 낼 때에는 물바가지 (杓子)가 필요하며, 물을 돈 다음에는 반드시 그 차솥 안에 그만한 분량의 물을 다시 부어 놓는 것이 상례이다.

물을 부을 경우에는 따로 준비되어 있던 물병이 필요하며, 이 물병에 넣었던 물을 붓거나 그렇지 않으면 조그맣게 만든 물통에 담겨 있는 물을 물바가지로 정하게 떠서 안에 넣는 것이 보통이다.

 

      처수건( )

차수건은 차건(茶巾)이라고도 하고, 차행주라고도 한다. 차행주로는 마속 (麻屬)으로 된 베 헝깊이 알맞으며, 빛깔은 흰 것이 가장 좋다. 마포(麻布)가 좋다는 것은 잘 마르고 물기를 잘 빨아들이기 때문이고, 흰빛이 좋은 것은 우선 보기에 깨끗하고, 차를 마시는 차인의 맑은 격조에 어울리기 때문이기 도하다.

그러므로 이 차수건은 청결하고 정()하면 그 목적에 맞으며, 찻종과 차반과 차주전자 등을 깨끗하게 닦올 수 있으면 된다.

 

      차통(茶楠)

차통은 법제(法製)된 차를 담아 간수하며 보관하는 그릇이다. 차통은 금속으로 되어야 하며, 금속 가운데서도 은납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하고, 밀봉 (密封)하는 데 필요한 덮개(蓋子)가 따리야 한다. 이 밖에도 정교한 자기 항아리 같은 것을 차통으로 써도 좋 다.

차통은 차의 특징 있는 풍부한 전향(眞 香)이 바깥으로 내보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왜냐하면 차통의 기능은 차를 잘 보위(保 衛)하는 동시에 공기 등 외기(外氣)에서 오는 습기를 막는 데 있다 하겠다. 법제된 차는 잘 건조되어 있어야 한다. 가장 잘 건조되어야만 차의 본색인 신령(神靈)스러운 진향(眞香)의 녹색을 간수할 수 있다.

차도(茶道)는 정() () ()의 세 가지를 갖춤으로부터 비롯된다. 즉 차는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먼저 정()이 있어야 하고, 차를 마른 ()체로 간수해야 하고, 그리고 차를 내는 데에는 청결과 깨끗함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 정 . . 결 세 가지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외형면에서 차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차를 간수하고 보위하는 차통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차통은 취미를 끌 수 있는 아려(雅麗)한 미관이 될 수 있는 외형도 아울러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차탁(茶卓)

차탁은 대()라고도 한다. 차탁은 찻종을 얹어 놓거나, 혹은 담아 놓는데 를말하는것이 다.

이것은 접시형의 칠기로 만들거나 문목(紋 木)으로 만드는데, 차반처럼 크지 않고 찻종 하나를 능히 담아 내객(來客) 앞에 내어놓을 수 있으면 족하다. 따라서 너무 화려하거나 번거로우면 오히려 차도의 담담한 운치를 흐리게 할 우려가 있다.

 

      향로(香爐)

향로는 점향(點香)의 용기(容器)이다. 점향한다는 것은 향을 피운다는 뜻으로, 선향(線香)의 경우와 가루항 (抹香),편향(偏香),환향(丸香) 등의 경우가 있으며, 그 각각의 경우에 따라 향로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흔히 곱돌로 된 소박한 것이 좋다. 향 로에서 피어오르는 향의 내음과 차의 진향(眞香)이 한데 어울려 가는 속에서 차인(茶人)은 무아경(無我境) 의 법열(法稅)에 잠기는 것이다.

 

 

2.     (火候〕

 

우리는 지금까지 차기(茶器)에 대하여 10여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제는 이러한 차기를 도구로 하여 차를 끓이는 불(火候)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차를 끓이는 연료로서 흔히 목탄을 쓰며 목탄 중에서도 백탄으로 된 것을 으뜸으로 친다. 그것은 백탄의 독특한 담향(淡香)이 차의 격조에 어울리며, 열 조정에 편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보통 차를 마시는 곳이 집안의 방이므로 방의 온도를 조건으로 해서 열을 내는 데는 이 백탄이 알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자연히 이 백탄 숯불을 피우며, 그 숯불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는 그 숯바구니와 그 용기인 화로, 부손, 부젓가락이 크게 문제가 된다.

 

여기에서 화로가 문제 되는 것은 그것을 중심으로 차실(茶室) 내의 장치 도구의 배열 팽주(烹主)와 객의 좌석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불을 피우는 화로는 차실(茶 室)내의 기본 되는 위치에 놓여지기 때문에 차실을 말할 때 완당(阮堂)과 같은 놀라운 차인들은 ‘죽로지실 (竹爐之室)’이라고까지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화로에 불을 피우는데 있어서도 그 불을 일구는 것이 숯인 이상, 그 숯올 능히 포섭할 수 있는 재가 필요하다. 잿속에 숯불이 일구어졌을 때는 물을 철병에 담아 불 위에 얹어 끓도록 하는데, 여기에는 그것을 받쳐 걸 수 있는 삼발 ()이 필요하게 된다. 화로의 안팎이나 삼발은 매우 정결 하게 되어 있어야 하며, 그 위에 얹히는 약탕관(葯湯罐 · 차주전자 또는 차솥)의 그 어느 곳에도 재를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을 끓일 때는 화력이 센 불을 필요로 할 때도 있고 도 화력을 미미하게 잘 보존해야 될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그 회롯불을 보는 것을 화후(火 候)라고 하고, 그 화후의 용심 (用心)은 차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차를 간수하는 용심이나, 법 제하는 용심이나, 화후하는 용심은 내면적으로 상호 연결되는 엄격한 형식이다. 자그 마한 형식도 한갓 형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용심(用心)하고, 그 용심은 그대로 선()에 직결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차인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경지를 거쳐 간 놀라운 차인들은 이렇게 옮고 있다.

 

정좌(靜坐)한 자리에

()를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 그대로 일세

 

묘용(妙用)의 시각에

물은 절로 흐르고

꽃은홀로피고지네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

 

 

아는 바와 같이 이것은 차인 완당(阮 堂)선생이 즐겨 쓰던 차()의 선구(禪句)이다. 이 선구의 드높은 경지는 원문 그대로 음미하는 것이 좋다. 번역을 하면 비단을 뒤집어 놓은 격이 되기 때문이다. 진실로 차도용심(茶道用心)은 이러한 지경에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3.     물의 品泉

 

차에서는 무엇보다도 물이 중요하다. 우 리 인생은 날 때부터 모유(母乳)라는 액체를 마시기 시작히듯이 생존 생활 습성에서 오는 중대한 소재(素材)로서 물이 근본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같이 습성화된 본능적인 욕구로서 물을 마시는 것은 차도(茶道)에 와서 그 교리철학의 극()에 이르렀다.

물은 차인(茶人)이 말할 때에 차의 체()라고 한다. 먼저 수질(水質)을 차인들은 품천(品泉)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물 자체에는 경수질(硬水質)과 연수질 (軟水質)이 있는가 하면, 유황, 탄소 등 화학성을 띤 수질도 있고, 염기(鹽基), 산기(酸基)로 나눌 수 있는 부분도 있으며, 개천물, 냇물또는 강물등이 있기도 하다

다 같은 강물에 있어서도, 강변에 가까운 물과 강 표면의 물과 그 수면에서 2, 3척 아래의 이른바 강심수(江心水) 등이 있게 되는데 그것을 엄밀히 조사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또한 동일한 물의 경우일지라도 폭포 형식으로 떨어지는 물과 평평한 면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그 물맛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평평한 면에서 물을 길어다가 독 같은 데에 담아 볕이 쬐지 않는 곳에서 8~10시간 정도 그 독 위를 삼베 같은 것으로 덮어 공기가 어느 정도 통하게 둔 물과, 다 같이 독에 담아서 그러한 것을 덮지 않고 둔 것과, 또는 나무판자 같은 판()으로 공기를 통하지 않게 둔 것과는 그 물맛이 서로가 매우 다르다.

이 중에서 차인들이 상품으로 여기는 것은 바로 독에서 약 10시간 가까이 길러 붓고 그 위에 삼베를 덮어 공기를 덜 쐰 품천(品泉)이다.

이것은 물의 생기가 손상되지 않으면서 물자체에 침전성(沈澱性)을 띠고 있는 호레 같은 것이 잘 가라앉아 있는 것을 요구함으로서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처럼 물을 간수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차를 마시건, 냉수를 들건 이와 같은 물이 가장 우리 위생에 좋은 것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과 같이 움직이는 물은 우리에게 그다지 좋지 못함을 알아야 하겠다.

이처럼 된 물을 차정(茶鼎. 차솥 곱돌솥 옹기솥 쇠솥, 유기솥)이나 약탕관 안에 넣어 회롯불이 일구어진 삼발 위에, 재나 숯 같은 것이 닿지 않고, 적당 하게 열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고요히 안정되게 얹는다. 그런 다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 숯불에서 발하는 열을 받아 약탕관안의 물이 끓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 물 끓는 소리는 차인들이 매우 홍미 있고 운치스럽계 느끼는 것으로, 이를 송풍(松風)이라고도 쓰고 회우(檜雨)라고도 한다. 다시 우리말로 옮기면 ‘솔숲 속의 솔가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 등의 매우 음률적인 것과 같은 소리로 들린다는 뜻이리라

사실 적당한 화력을 받아, 좋은 차솥 안의 물 끓는 소리는 매우 고요하면서도 맑고, 그 무엇인가 우리 정신 자체 내의 갖가지 음악적인 천뢰(天箱)의 주악을 듣는 경지라 하겠다. 이것 을 두고 정포은(鄭團隱) 선생은 즐겨 듣는 것은 돌솥에 차물 끓는 소리.. (愛聽石鼎松風聲)이라 읊었다.

이 소리와 함께 약탕관 안의 물은 끓으면서 물 끓는 거품이 이는데, 그 거품에서도 한 실꾸리처럼 선회하면서 끓는가 하면 여러 타래의 실꾸리처럼 끓어오르기도 한다. 또 그 거품에도 게()가 내는 거품 같은 것도 있고, 새우 눈과 같은 경우도 있고, 고기눈알같이 연거푸 공 모양의 구슬을 이루면서 일기도 한다.

이를 차인들은 탕변(湯辨)이라 하는 것이며, 거품이 이는 것을 내변(內辨) 이 라 하고, 바깥으로 들리는 소리를 외변(外 辨)이라고 한다.

물의 기운(水氣)이 완전히 맹물(生水)의 분을 넘은 경우를 순숙(純熟)이라 하며, 이러할 무렵에 그로부터 초성(初 聲),전성(轉聲), 진성(振聲),취성(驟聲) 과 같은 소리가 나는데 이 같은 것도 맹물과 같이 덜 끓은 물이라 하여 이것을 맹탕(萌湯)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행당이라는 것은 미숙하다는 뜻으로서 여기에서는 덜 끓은 물을 말하는 것이요, 완전히 뜸이 돌아져 끓었다는 말이 아니다.

이처럼 순숙된 탕물을 더욱 끓인 것을 결숙(結 熟)이라고 하는데, 이 결숙 까지도 맹탕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다시 이 결숙에서 대()로 만들어진 받침()에 옮겨두어 2~3분간 지난 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를 경숙(經熟)이라 고 부른다. 이는 우리말로 ‘매우 끓어 뜸이 잘 들었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서 하나 주의할 것은 약탕관 뚜껑울 열거나 혹은 닫은 경우일지라도 끓는 물김의 기운이 떠올라, 김이 한꾸리, 두꾸리, 서너꾸리로서 마치 실 꾸리처럼 품기어 분간하기 어려운 물 또한 맹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똑바로 물 끓는 기운이 가장 알맞게 들어맞아 이르렀을 경우를 경숙(經熟)이라 하는 것으로, 이 경숙은 끓는 물 자체의 대류작용(對流作用) 상태가 없어진 경우에 이르렀을 때를 말한다. 이 경숙이라는 말은 “끓여진 물이 뜸이 잘 돌았다” 또는 “끓는데 있어서 물이 익게 끓여졌다”는뜻이다.

경숙된 탕()을 차호(茶盟)에 붓게 되는데, 이 차호라는 것은 약간 자그마 한사기주전자 같은 것이다. 차호안은 깨끗이 씻어져 있어야 하며, 이 깨끗 이 씻은 차호 안에 법제된 차를 적당히 넣은 다음, 뜸이 잘 돌아 끓여진 탕수를 차호안에 붓는다.

이와 같이 하여 약 2~3분 지나면 차체(茶體)가 되는 탕수에 차라는 풍미스러운 신기(神氣)가 우러나며, 그 물 전체에 퍼지게 되는데 이것을 차신(茶神) 이라하는것이 다.

이 차신과 차체(茶體)가 잘 인온(氤氳) 되어 간이 맞게 된다. 이 간 맞게 된 차야말로 우리의 구미를 놀라게 하며, 상쾌히 하여 삼매(三昧)에 이끌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가 선()에 통하는 소이(所以)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구한말(舊韓末)의 처사(處上) 이낭산(李郞山)은 이러한 차를 마시며, 차시(茶詩)를 남겼다.

 

차의 첫향기에 노불(老佛)은 미미(微微)하게 웃음을 머금고

종소리 울린 후 청산(靑山)은 묵묵히 귀기울이네

(香初老佛微微笑 鍾後靑山默默聽〕

 

차인들은 경숙된 물의 건령(健靈)과 차신(茶神)의 잘 풍미스럽게 우러남을 ‘신령스럽다’라고 표현한다.

이 건()함과 신()됨은 그것이 알맞을 때가 매우 어려운 것인데, 이는 차에 숙련된 행위를 통하여서만 이루어지므로 이것을 우리들은 ‘간맞게 된’ 또는 ‘간맞은’ 차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간이 잘 맞게 된 차는 그 빛깔이 녹빛(綠 色)을 띠고, 좋은 향기가 나며 들부드레한(甘 詞) 입맛을 내게 한다.

이리하여 항상 차를 말하는 사람은 색() • 향() • 미()라는 데에 많은 주의를 하게 된다. 이 것은 차뿐만이 아니라 모든 음식물을 관찰하는 한기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차도용심’의 여러 측면을 대충 살펴보았다. 이 번에는 마지막으로 차성(茶聖) 草衣禪師의『茶神傳』을 통하여 재음미해 보기로 한다.

이『차신전』은 차생활의 신묘한 행사(세 부 절차와 요령 등)를 기록한 것으로 그 내용은 채차(採茶), 조차(造茶),변차(辨茶), 장차(藏茶), 화후(火候), 탕변(湯辨),탕용노눈(湯用老徽),포법(泡法),투차(投茶), 음차(飮茶), (), 미(), 점염실전(點染失眞), 차변불가용(茶變不可用), 품천(品泉), 정수불의차 (井水不宜茶), 차구(茶具), 찻잔(茶蓋), 식잔포(拭盞布),차위(茶衛) 20절목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채차’에서는 차의 채적(採 摘)의 시후(時 候)를 말하고,  ‘조 차’에서는 차를 법제하는 현미(玄微)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 ‘변차’에서는 법제의 정묘로부터-장지독법(藏之得法)-저장에 있어서, 포지독의(泡之得宜)-포법의 적당을 말하고 있다.

‘장차’에는 차의 저장 방법을 화후(火 候)는 화롯불의 불기를 보는 요령을 말하고있다.

‘탕변’에서는 차로서 사용될 끓는 물을 크게 형변(形 辨),성변(聲辨), 기변(氣辨)의 세 가지로 지적하고, ()은 내변(內辨)인 것이며 성()은 외변(外辨)인 것이며, ()는 첩변(捷辨)이라 하였다. 다시 해안(蟹眼), 하안(), 어안(魚限), 연주(連珠)와 같은 것은 다 맹탕( )-덜 된 것이라 하며, 물기가 완전히 가셔지고 순숙(純熟)한 것으로, 초성(初聲), 전성(轉聲), 진성(振聲), 취성(驟聲)과 같은 것도 다 이 맹탕에 속하는 것이라 하겠다.

바로 무성(無聲)에 이르렀을 경우, 이것을 결숙(結熟)이라 하며 물 김 기운이 떠올라 일유(一 樓), 이유, 삼사유 할 때에 그 인온(氤氳)함을 분간하기 어건울 정도로 난루(爵澤)하는 것도 맹탕-덜 끓인 것이라 하며, 똑바로 물 끓는 기운이 직충관 (直沖貫)에 이르렀을 때 이것을 경숙(經熟)하였다라고까지 이 탕변에서 매우 깊게, 자세하게 물 끓이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 다음 ‘탕용노눈’에 있어서는 차의 제법(製 法)에 관한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내용은 옛 사람들의 차의 제법에는 반드시 차마(茶磨)에 갈고 또 그것을 가는 체에 처서 차가루가 바람에 불릴 (飄塵飛粉)정도로 세말(細末)이 되거 하여 이를 제화(劑和)해서 용단(龍團)을 만들어, 탕물은 새 것을 쓰고 묵은 물은 쓰지 않으며, 이 신선한 물로 된 탕에 차신(茶神)이 경부(硬浮)한다고 설명 하고있다.

‘포법’에 나아가서는, 탕이 잘 순숙됨을 확인한 뒤에 먼저 적은 양의 차를 호중(壺中)에 부어 탕을 혼들어 버리어 냉기를 가신 다움에, 차엽을 적당히 넣어 알맞게 탕을 주작(注 酌)하는데 이 때 중정(中正)을 잃지 않게 하여 간을 맞춘다. 차가 많으면 맛이 쓰고 향기가 침체하며, 물이 많으면 색깔이 엷 고 맛이 적어서 간이 맞지를 않는다. 또 차호(茶壺)와 약탕관(藥湯罐)을 냉수에 깨끗이 씻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차의 향기가 감해진다. 또 탕이 설 끓으면(䕌熟) 차신(茶神)이 불건(不健)하다고 말한다.

 ‘투 차’는 차를 순서에 따라 적당히 하되 지나치면 안되는데, 차를 먼저 넣고 탕을 뒤에 붓는 것을 하투(下投), 탕을 반쯤 넣은 뒤에 차를 넣고 그 뒤에 다시 탕을 붓는 것을 중투(中投), 탕을 먼저 부은 뒤에 차를 넣는 것을 상투(上投)라 이른다. 이는 절기를 따라 요령을 달리히는데 봄, 가을에는 중투를 여름철에는 상투를 겨울철에는 하투를 한다고 되어 있다.

‘음차’는 차를 마시는 경지의 설명이다. 차 를 마실 때는 객()이 적은 것을 으뜸으로 여긴다. 객이 많으면 자리가 시끄럽고 어수선하여 아취(雅題)가 적다. 혼자서 마시는 것을 신()이라고 이르고, 두객(二客)이 승(), 서너객이 취()라 하며, 대여섯은 범(),예닐곱은 시()라고 이른다.

때로는 두객이라 함은 밝은 달을 촛불로 겸한 지기지우(知己知友)로 삼고, 흰 구름을 자리와 베개로 삼아 이 백운(白雲) 명월(明月)을 오직 두 객으로 삼는것도 말한다.

草衣는 도인좌상(道人座上)을 이객승(二客勝)이라 한 것으로 보아, 차생활에 있어 얼마나 신묘한 법열(法脫)을 느꼈던가를 짐작하겠다.

다음 책은 차의 빛깔에 대한 설명이다. 그 밖에 황흑홍혼(黃黑紅昏)은 다 같이 품()에 들 수 없다고 말한 다.

‘미’는 차의 맛이다. 차맛은 달짝지근 한 것을 상(), 씁스레頂造)한 것을 하()로 여긴 다. 차는 자체가 전향(眞香)이며, 진색(眞色)이며, 진미(眞味)인 것으로서, 한 번 다른 것에 점염(點染)될 것 같으면 곧 그 진성(眞性)을 잃 게 된다. 이를 ‘점염실진(點染失眞)’이라 한다.

‘차변불가용’이란 변색된 차를 쓸 수 없음을 말한다. 법 제된 차는 청취색이 최승(最勝)인데, 저장하는 데 법도가 맞지 않으면 녹색으로 변하고, 다음에는 다시 황색-흑색-백색으로 변한다. 이같이 변한 차를 마시면 위()를 차갑게 할 뿐 아니라 기()를 여위계 하여 적병(積病)하기에 이른다 하였다.

 

품천은 샘물의 품질을 말한다. 차란 물의 신()이며, 물은 차의 체()이므로, 물이 아니고는 그 신기(神氣)를 드러내지 못하며, 또 정차(精茶)가 아니고는 그 체()를 나타내지 못한다.

산정의 샘물은 맑고 가볍고, 수하(水下)의 샘물은 맑고 무겁다. 돌속(石中)의 샘물은 맑고 달고, 모래속(砂中)의 샘물은 청열(淸冽)하며, 흙속의 샘물은 담백(淡白)하다. 또 황석(黃石)에서 흐르는 물을 가()라 하는데, 청석(靑石)으로부터 나는 물은 쓰지 말 것이며, 흐 르는 물은 안정케 하여 쓰라 하였다.

그리고 그늘진 곳의 물이 양지의 것보다 낫다고 말하고, 진수원(眞水源)은 맛이 무미(無味)이고, 진수(眞水)는 무취(無臭)하다고 하였다.

다음은 ‘정수불의차(井水不宜茶)’라 하여 우물물은 차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는 육우(陸羽)의 ‘茶經'을 인용하여 산수(山水)가상, 강수(江水)가 하, 우물물은 최하라고 하였다. 봄철 또는 장마철에 근처에 산도 없고 샘도 없을 경우에는 빗물을 받아두었다가 쓰기도 한다. 빗물은 맛이 감화(甘和)하여 만물을 장양(長義)하는 물로 여긴다. 눈물 (雪水) 비록 맑으나 성감(性感) 이 중음(里陰)하여 간 ·(·)에 들어 냉기를 일으키므로 많이 쓸 것이 못된다고 하였다.

물을 저장함에 있어서는 독()을 그늘에 두고 물을 부어 비단 형겊으로 덮어서 성로(星露)의 기()를 받게 하면 영령(英阪)함 이 가시지를 않고, 신기 (神氣)를 항상 보존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나무나 돌로 물독을 덮거나, 종이나 죽피(竹皮)로 봉하거나, 혹은 햇빛을 쬐게 되면 바깥으로 신기가 흩어지고 안으로 그 기운을 폐색(閉梨)하여 물의 신기가 폐()해진다. 그러므로 차를 마시는데 있어서는 이 저수(貯水)를 가장 중하게 여겨야한다.

차구는 되도록 사치한 것을 피하라 하였다. 찻 잔은 눈처럼 흰 것이 상이며, 푸른빛과 같은 색깔 있는 것은 차빛을 약화시키므로 흰 것만 못하다. 찻잔을 닦는 행주는 가는 삼베가 좋다

끝으로 ‘자위(茶衛)’에서는 차를 만들 때에는 정선(精選)하고, 장차(藏茶)할 때에는 건조시키며, ()할 때에는 청결하게 하라고 하였다. 이 ‘정 . . ( . . )’이면 차도(茶道)는 궁진(窮盡)된 것이라고 草衣는 말하고 있다.